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주택공급 확대 대책에서 용적률이나 층수제한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 더 이상 새 택지를 만들기 힘든 상황에서 일부 신규 공공택지나 민간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이른바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규제 완화로 재건축ㆍ재개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집값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반면 정부의 규제 완화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시장의 호응이 없는 실효성 없는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이 참여하는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조율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우선 서울 시내 유휴 부지 개발 외에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과 아파트 층수 규제 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택지에 적용되는 규제를 풀어 공급 물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 307개 역 주변 250m로 규정돼 있는 '역세권(준주거지역)'의 범위를 350m로 늘리고, 이 지역에 적용되는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 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배정해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토계획법상 준주거지역 용적률은 500%로 설정돼 있는데, 서울시 조례는 이보다 낮은 400%로 규제하고 있어 이를 상향할 여지는 있다. 일반 주거지역도 서울시 조례상 기준(최대 250%)이 국토계획법 시행령(최대 300%)보다 낮다.
여기에다 앞서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에서 못박았던 ‘주거용 건축물 35층 규제’까지 완화된다면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던 강남권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띨 수 있다. 다만 법상 용적률을 800%나 1,000% 등으로 크게 높이는 것은 "법 개정사안이어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건축을 미뤄 왔던 조합 입장에서 용적률 상향이라는 당근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임대주택 공급 비율 등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 재건축 초과이익을 얼마나 걷을지도 관건이다.
정부가 동시에 우려하는 것은 재건축발 시장 과열이다. ‘공공 재건축’이라고 해도 일반 분양 확대가 예상되면 돈이 넘쳐나는 시장을 자극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공급이 없었던 ‘35층 이상 서울 신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추가 공급물량의 절반 가량은 일반 분양이 가능해 재건축조합 입장에서도 호재”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면서도 재건축을 활성화할 정교한 설계 필요성을 주문한다.
가령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주택에 임대를 준 뒤, 일정 기간(5~1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하고 그 이익을 공공과 재건축 조합원이 공유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민간 조합 대신 공공기관이 재건축 과정을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성을 높여 '재건축 로또'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규제 개선을 통해 늘어나는 주택 분양에 따른 이익을 재건축 조합원과 공공이 나눠 갖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우선은 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고,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도 분양에 따른 이익을 보전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