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재명 연대론'이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 구도를 흔들 변수가 될까. 8ㆍ29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와 27일 회동했다. 두 사람은 당권과 대권을 놓고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경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경기지역 기자간담회 참석 차 경기도청을 찾았다. 경기 군포에서만 16~18대 내리 3선을 한 그는 “경기도는 청년 김부겸의 정치적 요람이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큰 형님처럼 보듬어 주고 정치인의 꿈을 키워주신 곳”이라며 인연을 내세웠다.
이 지사와의 회동 분위기도 훈훈했다. 복도에 나와 김 전 의원을 맞은 이 지사는 “과거 저를 (성남시장 후보에) 공천해주신 공천위원장”이라며 “큰 꿈을 잘 꾸시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지역주의를 허물기 위해 대구에서 출마했던 김 전 의원을 향해선 “그게 노무현 대통령이 가시고자 했던 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한다”고 시종일관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15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을 두고 일각에선 이 지사가 사실상 김 전 의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당권주자 3인 중 출마선언 후 이 지사를 만난 건 김 전 의원이 처음이다. 현재 원외에 있는 김 전 의원에게는 열렬한 지지층이 있는 이 지사가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이낙연 의원에다 박주민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친문 표심’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 전 의원 진영에 감도는 상황이었다.
이 지사 입장에서도 김 전 의원이 내미는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지사는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후 대권 구도에서 이 의원을 바짝 추격 중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탤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ㆍ한국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2차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지도 20%로, 이 의원(24%)과의 격차를 4%포인트로 줄였다.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은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회동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지사와) 정치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국토보유세, 경기도형 장기공공임대주택 등 주요 정책 대안을 설명했고, 저는 깊이 고민하고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구경북(TK) 출신의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라는 정체성 같은 공통점도 대화 테이블에 올렸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는 (고향이) 경북 안동, 저는 경북 상주로, 같은 TK 출신에다 두 사람 다 경기도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했다”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저와 이 지사의 공통점을 이 지사가 알려줬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연대설) 해석은 언론과 여론의 몫”이라며 가능성을 남겨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