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뒤늦게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를 자인했다. 영국은 현재 누적 사망자가 4만5,000명을 넘어서며 미국ㆍ브라질에 이은 세계 세번째 희생국이다.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등은 26일 "총리실이 코로나19에 따른 사망 위험을 낮추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27일 '더 나은 건강'이라는 이름의 비만 예방 프로젝트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000만파운드(약 153억원) 규모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에는 △오후 9시 전 방송에서 패스트푸드 광고 금지 △음식점 메뉴의 칼로리 표시 의무화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비만과의 전쟁 선포는 과체중일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의 반영으로 보인다. 영국 공중보건청(PHE)은 전날 보고서에서 "비만이나 과체중자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40% 더 높다"고 밝혔다. 영국에선 성인남녀의 3분의 2 이상이 과체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고위험군 리스트에 비만과 임신 등을 추가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특히 코로나19 확진으로 중환자실 신세까지 졌던 존슨 총리의 개인적 경험도 반영됐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더메일온선데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몸무게가 줄었고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라며 "비만에 대처하면 더 행복해지고 코로나19 같은 질병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4일 취임 1주년 BBC 인터뷰에서도 "전보다 덜 먹고 더 많이 운동해 체중을 줄였다"고 했다.
늦게나마 초기 대응 부족을 인정한 것도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BBC에 "초기 몇 주에서 몇 달간 코로나19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무증상 감염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우리가 다르게 대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영국은 주변국들보다 일주일 이상 봉쇄가 늦었고, 마스크 착용 권고도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선 5월 중순에서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