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시대 '신박한 정리'의 미덕... "비웠더니 삶이 바뀐다"

입력
2020.07.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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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믿지 않았습니다. 집 정리만 했을 뿐인데... 인생이 정리됩니다. 삶이 바뀝니다."

tvN 예능 '신박한 정리'에 집 정리를 맡긴 1호 배우 윤균상의 생생한 간증이다. 그는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사는 연예계 대표 집사. 실상은 고양이 집에 얹혀사는 남자였다. 운동기구가 놓인 방 한 구석도 고양이 화장실로 내줄 정도로 집안 곳곳은 고양이들 차지였다. "집이 반려묘와 공생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신박한 정리를 통해 마침내 실현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도래한 집콕시대, 신박한 정리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된 '신박한 정리'는 '집 정리 카운슬링'을 본격 내세운다. 정리가 취미인 미니멀리스트 배우 신애라와 소문난 맥시멀리스트인 코미디언 박나래, 그리고 윤균상이 정리를 의뢰한 연예인의 집을 찾아 정리의 마법을 선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집이라는 공간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나를 위한 집에 내가 아닌 물건들이 사는 경우가 많죠. 정리를 통해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자는 겁니다." 신박한 정리를 공동연출한 김유곤ㆍ김상아 PD가 설명하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다.

"비우면 삶이 단순해져요. 나한테 진짜 필요하고, 소중한 것만 남고, 그것들을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돼요."(신애라) 비움은 삶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행위다. 단순히 더러움을 쓸고 닦는 청소와는 다르다. 신박한 정리에서는 물건을 '필요'와 '욕구'로 나눠 정리한다. 생활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 외 그저 갖고 싶은 것은 비움의 대상이다.

신기하게도 물건을 버리는 순간, 인생도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 묘하네. 인생을 돌아보게 하네." 신박한 정리를 찾은 의뢰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정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건에 얽힌 과거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수 김호중의 집에선 성악 관련 물건을 정리하면서 배곯던 독일 유학 시절로, 코미디언 정주리의 옷을 정리하면서 결혼 전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특히 "치우고 돌아서면 또 어질러져 있다"는 세 아들 엄마 정주리 편을 통해 공감하고 힐링했다는 육아맘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김상아 PD는 "보통 집 정리가 잘 안 된 경우 들여다보면 나름의 이유들이 다 있더라"며 "그 이유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물건 정리를 통해 바뀌는 삶을 보여주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의도치 않은 "신개념 방구석 토크쇼"로 예능적 흥미도 자아낸다. 김유곤 PD는 "어수선한 공간이 말끔히 정리된 '애프터'를 찍을 때는 의뢰인들이 이상하게 신나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방송용이 아닌 진짜 리액션을 한다. 게임을 하면서 나오는 웃음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재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인 이지영 공간 크리에이터가 매회 풀어놓는 실용적인 정리 비법도 눈길을 끈다. 손잡이 달린 봉투를 접어 정리함으로 활용하는 소소한 팁부터 아이 있는 집은 책장을 옆으로 눕혀 아이 시선에 맞게 가구를 배치하고 공간을 넓게 활용하라는 식의 비법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신박한 정리'의 미덕은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데 있다. 무엇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가, 무엇을 남기고, 버릴 것인가. "내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건 내 삶에서 진짜 소중한 걸 잊어버리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신박한 정리가 주는 메시지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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