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에 행정수도로 ‘판 키우기’ 나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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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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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수도권에 있는 120여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16년 만에 다시 ‘시즌 2’로 추진되는 셈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미완’으로 끝난 국가균형발전 의제를 완성하는 한편,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에 따른 부동산 민심 이반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권이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나선 명분은 노무현 정부부터 이어진 국가균형발전 전략 완성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며 본격 추진됐다. 2007년부터 이전 작업이 시작돼 2017년까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153개 공공기관 본사 지방 이전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5만1,000여명이 10개 혁신도시와 지방 도시 등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중단하면서 전략은 좌절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공공기관 이전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공공기관 이전 등 제도혁신’ 과제가 포함됐다. 문 대통령도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을 거치면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문제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추진 의지가 강했다.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뒤 한 달 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 내 122개 기관을 적합한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당정 간 협의를 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이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차원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계획도 꼼꼼히 챙겨왔다.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 출신에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인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측면도 있었다.

물론 당정이 공공기관 2차 이전 재점화에 나선 것은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지지율 하락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집값과 전셋값 동반 상승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폭발력이 강한 정책을 제시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야권의 해석이다.



당정은 올해 말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100곳 안팎의 공공기관을 확정할 계획이다. 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20일 문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청사진을 보고했고, 기획재정부ㆍ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도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유 공공기관 및 출자 공공기관을 합치면 최대 500여개가 대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2005년 6월 이후 지난해까지 신설된 공공기관 133개 중 수도권에 입주한 74곳(55.6%)이 주요 이전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이전 대상 기관의 노조 반발, 지자체 협의 등을 고려하면 올해 내 이전 명단을 확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또 개헌 이슈와 맞물린 행정수도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계획과 이행이 정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 핵심 관계자는 “2차 이전 때는 가령 기계 관련 기관은 경남, 에너지 관련 기관은 전남에 이전하는 식의 ‘기능’ 중심 배분이 될 것”이라며 “지역 내 산업단지, 대학과 공공기관 이전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지방 이전의 기능적 효과가 불분명한 공영방송(KBS), 국책은행(한국수출입은행ㆍ산업은행 등)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앞으로 신설되는 모든 공공기관은 ‘입지영향평가’를 거쳐 설립 위치를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해찬 대표는 22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주당은 공공기관 이전 시 지자체에 보육ㆍ의료ㆍ교육 등 정주여건 구축을 의무화하는 조건을 제시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1차 공공이전 당시 지자체장들이 학교, 병원 등을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가령 세종시 인구가 35만명인데 대형 병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2차 이전 때는 이를 철저하게 따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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