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전쟁 위험과 성차별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사이에서 태권도와 주짓수 등 자기 방어 스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수도 카불 지역에선 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를 배우는 이들이 동호회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태권도장마다 흰색 도복에 검은색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의 기합 소리가 우렁차다.
과거 탈레반 집권 시기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라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에서의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억압했다. 여기에는 남성의 보호 없이는 학교나 집 밖 출입 조차 피할 정도로 불안해진 치안 상황도 한몫을 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회에서 강간 등 성범죄는 물론, 강제결혼도 횡횡했다. 아프간 여성들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였다.
체육 정책 또한 성차별이 심했던 아프가니스탄은 IOC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여성의 체육활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카불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다수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화장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외출을 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성차별과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방어하고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는 태권도의 매력에 빠진 것도 이 같은 변화 중 하나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은 로훌라 니크파이라는 걸출한 태권도 영웅도 배출했다. 니크파이는 지난 2008년과 2012년 올림픽 남자 태권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연속으로 목에 걸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태권도 매력에 빠져드는 계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