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교육에 게임을 입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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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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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이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특성을 접목해 재미와 효율을 배가시키고 이용자들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즉, 놀이와 보상, 도전과 성취와 같은 게임의 순기능 요소를 마케팅, 헬스케어, 금융,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접목하여 이용자들의 흥미와 관심, 동기부여와 자발적 참여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190여 개국 학생의 90%에 달하는 16억명가량의 학생들이 정상 등교를 못하게 되면서, 온라인 교육의 효과와 몰입도 제고를 위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장기화가 우려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혼합형 학습)이 점차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코딩 학습이 초ㆍ중ㆍ고 교과과정의 새로운 의무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거대한 에듀테크(Edutech)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에듀테크 산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하여 2027년에는 70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3,220여개에 달하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43%에 해당하는 1,385개는 미국 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영국, 인도 등도 에듀테크 선도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듀테크 면에서는 아직 후발주자에 불과하지만, 지난 4월에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540만명의 온라인 개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석 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내 원격 수업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담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주도한 EBS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덕분에 교육을 이어갈 수는 있었지만, 학생들의 몰입도가 낮고 부모나 교사의 개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 격차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K-에듀 성공모델’로 도약하기를 기대하던 우리의 원격 교육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교육 콘텐츠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니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할 수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몰입형 온라인 교육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입식 지식 전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교육을 게이미피케이션이 가미된 에듀테크로 빠르게 전환해야만 한다. 또한, 학교와 교사 등 교육 수요자에게 재량권을 주고 자유롭게 원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여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 자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을 보유한 게임 강국이다. 게임은 공부의 적이자 학생의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게임의 순기능과 잠재력을 교육에 접목하고 게임사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족집게 과외를 받은 마스크 제조사와 진단키트 업체의 생산량이 몇 배로 뛰었던 것처럼 말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에듀 성공모델’은 어쩌면 국내 게임사와 에듀테크 기업의 컬래버로 성사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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