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통령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때가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조만간 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으로는 연방상원의 공식 의장 역할이 전부이지만, 미국 국민들은 부통령을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 14명(31%)이 부통령을 역임했고, 그 중 9명은 대통령이 사망 또는 하야해서 그 직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를 고르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 후보의 단점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지역, 이념, 경력 등이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인구가 많은 주나 경합주 출신이 언론에 항상 거론되고, 보다 많은 주에 어필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가 도움이 된다. 경선과정에서 이념적 대립이 있었던 경우는 부통령 후보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기도 하는데, 2016년과 올해 모두 샌더스 지지자들을 붙잡기 위해 매우 진보적인 인물들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 하마평에 올랐었다.
최근 20~30년 동안은 ‘정치신인’ 대통령 후보를 보완할 경력도 중요했다. 2016년 트럼프는 6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의 인디애나 주지사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골랐고, 2008년 오바마는 36년간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또 2000년 부시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체니를, 1992년 클린턴은 연방하원과 연방상원을 거친 고어를 선택했다.
러닝메이트 선택의 두 번째 전략은 ‘쇼킹’ 전략이다. 승리가능성이 높은 정당은 대개 무난한 부통령 후보를 고르지만, 추격자는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인물을 내세우기도 했다. 1984년 민주당 먼데일 후보는 열세를 극복하고자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페라로를 골랐다. 또 2008년 공화당 매케인 후보도 여성인 페일린을 선택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이번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초창기에 쇼킹 전략을 취하는 듯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았고, 바이든도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를 꺾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에 3월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막 역전에 성공한 민주당 경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판세를 굳히려는 시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19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차별 이슈가 중요해졌다. 이에 바이든은 ‘보완’ 전략도 가미하려는 듯 보인다. 흑인 부통령 후보가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첫째, 트럼프의 공화당을 백인 남성 위주의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은 미국 전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선거전략에서 흑인 여성 러닝메이트는 직관적이다. 둘째, 지난 2016년 대선의 패배 원인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에서 흑인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에서 찾는다면, 흑인이 투표용지에 올라있는 것이 투표율 제고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흑인 여성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인과 보수층이 결집하고, 흑인 지도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중도층이 공화당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흑인여성 정치인은 매우 드물다. 1968년이 되어서야 첫 흑인여성 연방하원의원이 나왔고, 연방상원의원은 지금까지 겨우 2명밖에 없었으며, 주지사는 전무하다. 흑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시멘트 천장(cement ceiling)’ 차별을 뚫고 나왔다는 강한 이미지로 미국 유권자들이 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여론의 추이를 보면, 흑인차별 이슈에서 보수 결집의 단서도 보인다. 7월 중순 조사에 따르면, ‘BLM(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을 지지하는 비율이 한 달 전보다 감소했으며, 공화당 지지자들은 겨우 28%만이 이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지어, 경찰 예산을 축소하고 노예제를 지지했던 위인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운동은 50% 이상의 유권자들이 반대한다. 지나친 반응이라는 것인데,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도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