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폭우에 만조… 하수도 설계용량도 '무용지물'

입력
2020.07.24 11:00
부산 울산 23일 비 피해 원인… 폭우에 만조 겹쳐
부산시 하수도 용량 30년 빈도, 시간당 96.8mm
23일 밤 10시 30분 만조 겹쳐 하수도 '속수무책'
부산시 설계용량 50년 빈도로 상향, 효과는 미지수

23일 밤 부산, 울산에 쏟아진 '양동이 폭우'에 하수관은 무용지물었다. 이번 비로 부산 울산에서는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상가, 주택 수천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차량 침수도 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비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대급 폭우. 24일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내린 집중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81㎜를 기록했다.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비다. 대표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사하구 등에는 시간당 86㎜, 해운대에는 84.5㎜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비는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 이후 약 3시간 동안 부산은 물론 울산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 이상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부산지역의 하수도 설계용량은 '30년 빈도'. 이는 30년 동안 내린 가장 많은 비를 하수도를 통해 내려보낼 수 있다는 의미로, 시간당 강수로 환산하면 96.8㎜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강수량이었지만, 여기에 변수가 적지 않다. 하수도관이 방류되는 하천이나 바다가 하수도관보다 수위가 늦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만조로 수위가 높아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특히 부산과 울산 같은 바다를 낀 도시의 경우 만조 때 폭우가 내리면 이미 하수도 최종 방류지점의 수위가 하수도관 높이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하수도 설계용량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여기에 상당수 하수도가 각종 오물과 쓰레기 등으로 구간 구간이 막혀 있거나 침전물이 쌓여 있으면 하수도의 기능은 설계용량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실제, 부산의 경우 23일 밤 10시 30분께 만조와 겹치면서 해운대와 동래 사하 등 시내 전역 도로와 주택가 하수도가 역류해 주택, 상가, 차량 등이 침수되는 피해로 이어졌다. 울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만조 시간인 23일 밤 10시 이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와 함께 피해 지역이 장마 영향을 이미 받고 있었던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폭우 전에도 호우가 잦았고, 이로 인해 이미 지표가 상당량의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는 것이다. 흠뻑 젖은 땅은 이날 빗물을 더 흡수하기 힘들었고 내린 비는 고스란히 길에 고인 것이다. 실제, 부산 지역은 7월이 끝나지 않았지만, 월 강수량이 23일을 기준으로 650.1㎜에 달해 최근 20년을 통틀어 2위를 기록했다.

부산시는 최근 아열대성 집중호우와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 하수도 계획용량을 50년 빈도(시간당 104mm)로 높이기로 하고 올 연말까지 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 환경부 승인을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바다와 가까운 위치적 특성상 만조가 겹칠 경우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어 병행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김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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