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기침체' 속 내수 살린 재난지원금

입력
2020.07.24 01:00
총 13조6000억원 지급
"2분기 민간소비 상승에 결정적 기여" 평가
"소비처 및 시점 한정이 주효"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수출 위축으로 -3.3%(전기 대비)의 대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나마 더 큰 성장률 추락을 막은 건 민간소비였다.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3조6,000억원이 지급된 '긴급 재난지원금'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쏠쏠한 경기방어 효과에, 향후 재차 경기가 위축될 경우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요구도 더 강해질 전망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에서 민간소비는 지난 1분기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 민간 최종소비지출은 전체 성장률을 약 0.6%포인트 끌어올린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코로나19 발발 직격탄을 맞은 1분기의 경우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6.5% 추락하면서 성장률을 3.1%포인트나 깎아내린 것과는 대조적인 효과를 낸 셈이다.

2분기 민간소비가 반등한 요인으로는 5월부터 풀린 재난지원금 효과가 꼽힌다. 6월 2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은 총 13조5,158억원이 지급됐고, 이 가운데 신용ㆍ체크카드로 지급한 지원금은 6월 말 기준 약 85%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외에 현금과 상품권 등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사용액 규모는 8월 이후에나 집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카드 사용 비율에 준해 계산한다면 대략 11조5,000억원 가량이 2분기 중에 추가로 소비됐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실제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소비심리는 5월과 6월 전체적으로 개선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생산현황을 보면 5월 소매판매액이 4.6% 증가했는데, 특히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7.6%)와 의복 등 준내구재(10.9%) 판매가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번 재난지원금은 과거 정부가 시행했던 무조건 현금지급 등 방식의 이전지출과 달리, 소비처와 소비 시점을 한정했기 때문에 더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재난지원금은 저축이 불가능하며 8월 말까지 모두 사용해야 한다.

다만 재난지원금 지출액 전체가 온전히 민간소비 증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는 없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지출할 금액을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대체효과'가 발휘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재난지원금 외에도 민간소비 진작을 위해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이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이 또한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의 효과가 특정 부문에 그치는 양상도 일부 발견됐다. 박양수 국장은 "소비심리 지표를 보면 내구재나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상당히 회복됐지만 서비스업 전반의 소비 개선까지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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