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농가, 돌발해충 습격에 휘청

입력
2020.07.23 16:17
매미나방, 미국흰불나방 이어 열대거세미나방까지 출몰. 도 당국 "지난겨울 온난화로 개체 수 급증 탓"



충북 지방이 사상 유례없는 돌발해충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미나방, 미국흰불나방에 이어 최근엔 중국발 열대거세미나방까지 출몰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23일 충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보은군 마로면 일대 옥수수밭 10여 필지에서 열대거세미나방 유충이 발견됐다.

이곳에선 지난 2일 도내 처음으로 열대거세미나방 유충이 발견돼 방제 작업 이후 사라졌다가 당국의 예찰 과정에서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5~8월 사이에 중국 남부에서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날아와 활동하는 해충이다.

옥수수, 수수, 벼 등 벼과 식물 잎과 중심부를 갉아 먹어 수확량의 20%까지 감소시킨다. 성체가 되고 개체 수가 늘면 배추과, 박과, 가지과 식물에도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암컷 성충 한 마리가 최대 1,000개까지 산란하는데, 발생 초기 방제하지 않으면 피해가 크다.

이 해충이 충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해 7월 22일 괴산 옥수수 농가에서다. 올해 첫 발생은 작년보다 20일이나 빠른 셈이다.

충북의 돌발해충 피해는 올해가 유독 심한 편이다. 지난해 거의 피해를 주지 않았던 매미나방 유충이 5~6월 도내 720여ha에서 발생했다. 단양군이 310ha로 가장 넓었고, 이어 제천 130ha, 충주ㆍ진천 각 50ha 등이었다.

매미나방은 해외에서 유입돼 토착화한 독나방과 해충이다. 유충 때 먹성이 좋아 활엽수 잎과 줄기는 물론 과수 열매 등을 닥치는대로 갉아 먹는다. 송충이와 비슷한 이 벌레는 모양이 혐오스럽고 피부에 닿으면 발진과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발생 면적이 가장 넓은 단양에서는 국립공원 내 산림이 피해를 보았고, 일부 주택가에도 나타나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괴산군에서는 매미나방 유충 떼가 7km에 이르는 벚나무 가로수를 습격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돌발해충인 미국흰불나방도 6월 중순쯤부터 종종 나타나 가로수, 과수, 정원수 등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돌발해충 피해가 큰 원인을 기후 변화에서 찾는다.

충북농업기술원 병해충 연구진은 "지난 겨울 사상 유례없는 포근한 날씨에 눈까지 적게 내린 탓에 돌발해충 유충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농업기술원은 "신속한 방제 만이 돌발해충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의심 개체가 발견되면 곧 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북은 올해 사상 최악의 과수화상병에도 시달렸다. 이날 현재 488개 농가 273ha의 과수원이 이 병에 감염됐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88ha)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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