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공관 또 폐쇄할 수도" … 대선 겨냥 反中 부채질

입력
2020.07.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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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휴스턴 영사관,  연구 절도 거점" 주장
FBI의 휴스턴 영사관 관련 수사정보도 흘려
지지율 추락 만회  위한 '중국 때리기'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에 추가 공관 폐쇄까지 경고하면서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절도와 산업스파이 활동 등을 문제삼았지만 11월 대선을 겨냥한 반중(反中)정서 활용 전략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중국 때리기'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 미중관계 전반에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폐쇄한 곳에서 불이 났는데 아마도 문서나 종이를 태운 것 같다"고 했다. 추가 공관 폐쇄 으름장을 놓으면서 중국 공관이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휴스턴 중국영사관 폐쇄 근거 두고 논란

미국은 2017년 러시아 공관을 폐쇄한 적이 있지만 중국에 대해선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경우 2016년 미 대선 개입 논란으로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는 맞대응 조치 이후 공관 폐쇄 조치까지 단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의 근거를 두고서는 미국 내에서 논란이 거세다. 그간 중국의 지재권 절도나 스파이 활동 문제를 거듭 제기해온 건 사실이지만 휴스턴 영사관의 직접 개입 증거가 있느냐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휴스턴 영사관은 체제 전복적 행위에 관여해온 역사가 있다"면서 "미국 내 연구 절도의 거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영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휴스턴공항에서 중국행 전세기에 태울 중국인들을 안내하면서 가짜 신분증을 이용했다는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부 관리들이 비자 사기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암시했지만 왜 지금 공관 폐쇄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을 해킹한 중국인 2명에 대한 법무부의 기소가 전날 공개되면서 공관 폐쇄 조치와의 연관성이 제기됐으나 이 역시도 휴스턴 공관과는 무관하다고 WSJ는 전했다.

이 같은 논란과 비판을 의식한 듯 미 정부는 이날 밤 휴스턴 공관과 연계된 연방수사국(FBI)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BI 수사 정보에는 의료 연구 등 민감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려 시도한 사실, 50명 이상의 연구자나 교수 등을 대상으로 중국 기관에 정보를 넘기도록 설득한 사실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휴스턴 영사관을 스파이 활동의 거점으로 단정하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제프 문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정말 그런 이유라면 실리콘밸리를 담당하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폐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 정도로는 이번 조치가 '대선 정치'라는 중국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지층에 던진 먹잇감"... 反中정서 활용에 관계 악화 불가피

미국 내 중국 공관은 워싱턴 소재 대사관을 포함해 총 7곳이다. 뉴욕ㆍ로스앤젤레스(LA)ㆍ샌프란시스코ㆍ시카고ㆍ휴스턴 등 5곳에 총영사관이 있고, 뉴욕 유엔본부에 유엔사무소가 있다. 경제ㆍ외교 중심지인 뉴욕이나 기술도시인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대신 휴스턴을 택한 건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실제 CNN방송은 "중국과의 정면충돌 위험을 피하면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내 트럼프 지지층에 던져주는 먹잇감"이라고 꼬집었다. NYT도 "휴스턴 영사관 폐쇄의 영향은 이미 겪고 있는 양국 간 외교적 격랑과 비교할 때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스턴 영사관의 주 업무인 비자 발급 자체가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은 건드리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외교적으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되 무역협상은 유지해 경제적 타격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중 정서를 활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양국 국민들 간 반중ㆍ반미정서의 골만 깊게 만듦으로써 결국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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