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전기 대비 -3.3%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1.3%)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17년 만에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 확산 여파로 주력인 수출의 타격이 예상보다 더 컸던 탓인데, 정부는 3분기 이후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올해 목표로 했던 플러스 성장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GDP는 지난 1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1분기(-6.8%)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대비 성장률도 –2.9%를 기록해, 1998년 4분기(-3.8%)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이는 2003년 1분기(-0.7%)와 2분기(-0.2%) 이후 처음 발생한 '2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흔히 선진국 경제에서 2분기 연속 역성장이 발생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표현하는데, 현재 세계 각국 경제도 거의 예외없이 동시다발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든 상태다.
2분기 성장률 쇼크의 주 원인은 수출 급감이다. 2분기 수출은 1분기 대비 무려 16.6%나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1963년 이후 최대 폭 감소 수준이다. 주요 수출대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유가도 하락하면서 자동차와 석탄ㆍ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충격이 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대상국의 이동제한 조치로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수출이 감소했고, 각국의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서 가공ㆍ중개무역도 크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순수출은 2분기 성장률을 4.1%포인트나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부진해 각각 –1.3%, -2.9%를 나타냈다.
다만 내수는 1분기보다 회복됐다. 민간소비가 1분기 대비 1.4%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0.6%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이는 1분기 민간소비가 –6.5%까지 떨어졌던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민간소비는 4.1% 감소했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직 'V자형 회복'을 확인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주체별로 보면 민간과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간은 수출 감소 여파로 –3.1%포인트의 성장기여도를, 정부도 –0.3%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정부의 소비는 늘었지만 투자가 설비투자 중심으로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지출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민간의 지출이 민간소비에 포함돼 집계되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외 기관들이 점친 2분기 성장률은 평균 –2.3% 정도였다. 한은도 -2%대 초반 성장률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훨씬 나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특히 제조업이 코로나19 세계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은데다, 방역 성공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기대했던 소비활성화 효과도 고용 악화와 자발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영향이 제한됐다.
물론 각국의 경제 재개와 중국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하반기 성장률 회복은 확실시된다. 하지만 기대만큼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연간 성장률은 추가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양수 국장은 "(한은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0.2%) 수준에 이르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3%대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것은 세계경제 침체 영향이 예상보다 깊었기 때문"이라면서 "해외 생산이 정상화되는 3분기에는 중국과 유사한 경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