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도 5G 터진다…"5G 체감토록 하겠다"

입력
2020.07.23 14:16

23일 새벽 1시 지하철 운행이 끝난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적이 없는 이 시간에도 각종 케이블과 장비를 들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철로 아래로 줄지어 내려갔다. 이들은 지난해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이통3사 네트워크 담당 직원들. 이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칠흑같이 어두운 철로에서 기지국을 설치에만 신경을 쏟았다.

지하철 운행이 끝나는 밤부터 운행 준비 전까지만 작업이 가능해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3시간 뿐. 5G 주파수 특성상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더 기지국이 필요해 총 지하철 레인 기준으로 평균 150~200m 간격으로 더욱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 공사시간이 길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하철 운행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공사 시간도 늘었다.

통신사 엔지니어들이 하나의 지하철 역과 다음 역 구간까지 5G 기지국 공사를 마치려면 평균 12~18회 이상 터널로 내려가야 한다. 깊이만 평균 19.3m, 가장 깊은 곳은 55m에 달한다. 자기 키보다도 큰 사다리와 5G 중계기, 장비 등을 들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하루 빨리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이날도 구슬땀을 흘렸다. 고객들은 비싼 5G 요금을 내면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통3사의 5G 접속 시간 비율은 12~15% 수준에 그친다. 세계 최초 5G 통신을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부와 이통사로서는 시민들이 주로 휴대폰을 쓰는 지하철에 하루 빨리 5G를 개통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통3사는 LTE때와 달리 공동으로 지하철 내 5G망을 구축하고 있다.

황보근 SK텔레콤 수도권 인프라팀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교통공사, 이동통신 3사가 공동구축 합의 끌어내 공사 기간을 당초 예상됐던 3년이 아닌 2년으로 줄이고 공사비도 3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5G 공동 구축 시 주관 이통사는 공사 인허가 협의 및 광케이블, 급전선, 전원 설비 등의 기반시설 공사를 전담한다. 주관사가 기반 공사를 마치면 주관사와 참여사가 각 사의 기지국 장비를 설치ㆍ연동해 네트워크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지하철 9호선에 이어 이달 말 지하철 2호선에서도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국 649개 지하철 역사 중 절반인 325개역에 5G망 설치가 완료됐다. 이달 내 공사가 완료되는 광주ㆍ대구ㆍ대전ㆍ부산 지역 지하철에는 모든 역사에 장비 설치가 모두 끝났다. 이통3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수도권 지하철 역사에서 5G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0시 50분 을지로입구역을 방문해 지하철 5G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장 차관은 선로 터널 구간의 5G 안테나 설치 공사를 점검하고, 5G 접속 여부와 다운로드 속도 등 망 품질도 측정했다.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한 결과 LTE는 467메가비피에스(Mbps), 5G는 1,355Mbps로, 5G가 LTE 대비 3배 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2GB 용량의 고화질(HD) 영화 한 편을 12초만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장 차관은 "5G는 '데이터 고속도로'의 핵심 인프라로서 디지털 뉴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며 "중점적 투자를 통해 지하철뿐만 아니라 국민이 5G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커버리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콕 집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장 차관은 "정부는 5G보안협의회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기종 선정은 통신사업자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 이날 을지로입구역 대합실에 설치된 LG유플러스의 5G 장비는 화웨이 제품이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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