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개인투자자 의욕 꺾지 말라”는 지시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방안이 대폭 후퇴했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는 당초 2,000만원 초과였던 국내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이 펀드, 파생상품 등의 손익을 합쳐서 5,000만원 초과로 바뀌며 과세 대상이 대폭 줄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물론 사상 최대 수준인 단기 유동자금을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시장 등 생산적 부분으로 유도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거둔 투자자가 상위 2.5%에 그친다는 점에서 과세하는 시늉만 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는 주식 양도세에 대한 기본공제 제도 자체가 없다.
개정안은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5%로 인상하도록 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대 6%로 인상하는 등 고소득층 세 부담을 강화한다. 한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과 납부면제 대상을 확대해 영세 자영업자 부담은 낮추기로 했다. 또 중기특별세액감면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덜어 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계층 간 소득 불평등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과세 형평성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2025년까지 5년간 세수가 676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9,000억원, 종부세 인상으로 8,800억원가량 증세된다. 반면 부가세 간이과세 확대로 4,800억원, 기업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5,500억원가량 감세돼 증세 효과는 거의 없다. 국가 재정 악화 속도가 빠른 상황을 고려할 때 세원 확보를 위해 계층 간 균형을 맞춘 보편적 증세 계획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