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채용비리 의혹… 광주형 일자리 1대 주주 민낯

입력
2020.07.22 15:44
원장 전용차 운전ㆍ수행 전담 직원
입사지원서 허위 사실 기재 들통
"채용공고는 요식행위였나" 비판 
부속실 관리 업무 근거도 엉터리


배정찬 광주그린카진흥원장이 규정에도 없는 전용차를 세금으로 임차해 타고 다니면서 직원을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려 비판의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배 원장이 사실상 개인 운전기사로 전용(專用)한 이 직원이 지난해 정규직 공개 채용 당시 입사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는데도 채용된 게 드러나면서다.

2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 출연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지난해 1월 2일 기관장 부속실 운영과 대외협력, 홍보 업무를 맡을 정규직(5급-가) 직원 1명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이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같은 해 2월 1일 A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했다. 당시 응시자는 36명이었다.

그런데 A씨가 자신의 입사지원서 교육사항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진흥원은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정보가림채용(블라인드채용) 도입에 따라 입사지원서 교육사항에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교육 과정(전공과목명ㆍ교육기간)을 적도록 했다. 그러면서 해당 교육이 학교교육을 통해 이뤄졌는지, 아니면 직업교육이나 기타 교육을 통해 진행됐는지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했다. 채용과정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불러올 수 있는 항목을 배제한 채 실력만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만큼 입사지원서 교육사항은 지원자가 해당 직무 적격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 항목이었다.

그러나 A씨는 당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어서 입사지원서 교육사항 중 교육과정을 기재하는 난에 '기타(교육)'로 적어야 했는데도 버젓이 '학교교육'으로 허위 표시했다. 진흥원은 입사지원서에 '학교교육은 (대학 등) 제도화한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고등교육과정을 의미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지만 A씨는 이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그 자리에 학사학위 취득예정이라는 자신의 학력 관련 내용을 적었다.

하지만 A씨는 학력미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사이버평생교육원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아 같은 해 2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실제 A씨는 면접을 앞두고 학력증명서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급한 학사학위수예예정증명서를 진흥원에 추가로 냈다. 입사지원서엔 정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적어 놓고 정작 이를 입증할 증명서로는 평생교육시설 학습을 통해 취득한 학위수여예정증명서를 낸 것이다.

문제는 입사지원서 등 제출된 서류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되면 임용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진흥원과 면접시험위원들은 전형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시 진흥원의 채용 공고가 '낙하산 채용'을 위한 요식행위였던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A씨는 배 원장이 2년여 전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재임 때 원장 전용차량 운전과 수행, 부속실 운영을 담당했던 용역업체 파견 직원이었다. 게다가 진흥원은 공고에서 지원자에게 운전면허증을 필수자격증으로 요구했고, 공공기관 부속실 업무 경험자에 대해선 우대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진흥원은 서류심사에서 운전면허증이 없는 지원자 9명을 탈락시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진흥원은 배 원장 취임 한 달 뒤인 2018년 12월 18일 행정지원부 업무에 '부속실 관리'를 추가하는 내용의 직제규정 조항을 신설한 뒤 편제에도 없는 기관장 부속실 운영 담당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해 광주시의 승인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정작 이 직제규정을 세분화한 시행세칙인 직제규칙엔 행정지원부 업무에 부속실 관리가 포함돼 있지 않다. 진흥원이 A씨를 배 원장의 전담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로 뽑기 위해 사전 각본을 짰는데, 이마저도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의심이 불거지는 대목들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채용 업무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학위만 보고 세밀하게 점검하지 못한 건 잘못했다"며 "블라인드채용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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