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무해하다지만... '깔따구'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

입력
2020.07.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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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ㆍ전문가  "무해, 수질 오염 가능성 없다"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로 따져봐야
 "수돗물 신뢰가 깨져 관리 체계 점검해야"

벌레가 나온 수돗물을 마셔도 될까.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까지 나오면서 수돗물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인천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생수, 샤워기 필터 판매가 급증하는 등 불안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수질 오염 가능성 낮아... 인체에도 무해

22일 환경부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우선 깔따구 유충으로 인한 수질 오염 가능성은 희박하고 인체에도 무해하다. 환경부는 전날 "깔따구 유충 발육 과정상 수돗물 내 섭취 가능한 유기물이 적고, 긴 유충 기간(평균 20~30일 정도)을 고려하면 관로상에서 증식해 수돗물 공급 과정을 추가로 오염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번에 깔따구 유충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촌정수장의 활성탄여과지(활성탄지)에는 점검 당시 가로 세로 각 10㎝의 면적에 깔따구 유충 수십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깔따구는 일반적으로 평균 기온 영상 30도, 습도 약 60%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가 발견되고 염소에 강한 내성을 보인다. 소독 공정을 거쳐도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수처리 공정에 깔다구 성충이 노출되는 환경을 원천 차단해 서식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미국수도협회에는 깔따구 유충이 50㎎/ℓ의 염소에 48시간을 처리한 뒤에도 생존했다는 보고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 과정 중 수돗물은 잔류염소 0.1㎎/ℓ~1.0㎎/ℓ 범위로 유지한다.

깔따구가 발견된 수돗물을 마시거나 이로 씻었다 하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용태순 연세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깔따구가 병원체를 옮기는 곤충도 아니고 먹어도 위에서 녹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며 "피부에 닿든 먹든 큰 해는 없는 벌레"라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도 최근 깔따구와 관련해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 깨져... 전문 관리 인력 양성해야

하지만 이 물을 마시고 이 물로 씻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환경부와 인천시가 "음용은 자제"하라면서도 "최대한 주의해서 세수나 샤워를 하는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태는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 마시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는 수질 또는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신뢰의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한 다음에 '마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보니 이는 61개 항목에 달하는 '먹는물 수질기준'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수돗물 사태에, 수돗물 관리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인천시에서는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사태가 있었고, 2018년에는 대구시의 수돗물에서 발암 물질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파장이 일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정수장 시설을 짓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이면서도 정작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도 고도정수처리를 가동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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