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또 한 번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21일 홍 부총리로부터 경제상황 및 내년도 예산안 편성방향 관련 보고를 받고 “힘 있게 추진하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여권 인사들에 포위된 상태였다.
강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보고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신임한다, 흔들리 말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한 셈이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으로 경제사령탑에 흠집이 나고 경제 정책이 방향을 잃는 것을 문 대통령은 걱정한 듯하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다. 홍 부총리는 올해 3월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재정 확대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 민주당의 표적이 됐다. 민주당에서 홍 부총리 경질을 공공연히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제금융상황특별점검회의에서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홍 부총리를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주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민주당 주장에 반대했다. '부총리 사표설'이 나돌 정도로 갈등이 날카로웠다. 이 때도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를 "사령탑"이라고 부르며 “위기 극복의 전면에 나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킬 때까지는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 등 측근들 단단히 지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한편, 홍 부총리는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2/4분기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 경제가 가장 양호하고, 6, 7월 주요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2021년 예산안 편성방향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 보고했다. △한국판 뉴딜 투자 본격 착수 △국정과제 가시적 성과 △부처 간 협업 예산 확대 편성을 통한 재정 생산성 제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추진 등이다. 문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며 격려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