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올해 생성될 전 세계 데이터양을 44제타바이트(ZBㆍ1ZB는 1조1,000억기가바이트)로 내다봤다. 이는 영화(1편당 1GB로 계산 시) 48조4,000억편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활동이 데이터로 기록된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이렇게 단순 검색에서부터 클릭과 결제까지 포함된 데이터가 쌓이면 이용자의 특징이나 취향을 점칠 수 있다. '빅데이터'로서의 새로운 가치가 파생되는 꼴이다.
이 가치에 누구보다 주목하는 주체는 기업들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알아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통 업계도 마찬가지다. 의류 매장 단골이 지금까지 사 간 옷들을 알고 있는 주인이 손님 취향에 맞는 옷을 추천하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지는 '장사 노하우'가 빅데이터 분석으로 무대를 옮긴 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읽어내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온라인에서 더 빠르고 규모가 큰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의 마케팅도 진화하고 있다.
130여년이 넘는 역사 동안 수많은 마케팅 전략을 시도해 온 코카콜라도 최근엔 데이터 AI에 주목하고 있다. 코카콜라 공식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는 1억622만여명, 트위터는 3,500만명이 넘는다. 팔로워들이 올리는 음료 구매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2초에 한 번씩 게재(2015년 기준)된다는 게 코카콜라 측의 설명이다.
코카콜라는 AI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팔로워들이 SNS에 올리는 음료 이미지들 중 병뚜껑 색깔이나 번호, 페트병 모양 등을 자동으로 수집해 분석한다. 팔로워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 보니 빅데이터 분석을 거치면 지역별 인기가 좋은 음료 제품이 추출된다. 이 결과를 활용해 지역에서 잘 팔리는 제품 관련 맞춤형 광고를 주로 노출시킨 결과, 클릭률이 기존 대비 4배 상승했다.
아마존은 아예 온라인 속 활동으로 이용자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다른 기업들에 판매한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대표주자인 아마존은 검색 기록, 장바구니 목록, 구매 이력 등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나 성향을 파악해 연관성이 높은 상품을 우선 노출시키는 기술을 자사 사이트에 적용 중인데, 이 방식으로 올리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여개국에서 매일 700만개가 넘는 샌드위치를 주문받아 판매하는 서브웨이도 이 기술로 고객 입맛에 맞는 재료 조합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로 내세운 롯데도 지난 4월 유통계열사 7개를 통합한 애플리케이션(앱) '롯데ON'을 출시하며 "배송, 가격 등 기존 전자상거래 업계가 경쟁해 온 요소와 별개로 3,900만여명의 회원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적은 정보만 수집되더라도 최대한 맞춤형 추천이 제공되도록 AI 기술 고도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편한 경험을 주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네이버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차별화된 경험을 AI로 구현하느냐의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해외 서비스에 비해 까다로운 개인 정보 수집 규제로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비스 가입 시 정보 수집과 관련한 별도의 동의 버튼을 일일이 받아야 되는 반면, 해외 서비스의 경우엔 '동의'란에 자동 체크가 돼 있는 식으로 광범위하게 데이터를 수집,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