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터 증설 찬반 논란 종착역은 보이는데...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0.07.21 08:11
시민단체 등 "졸속 공론화 중단" 반발... 찬반 결과 나와도 논란 계속될 듯



경북 경주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주민 공론화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는 맥스터 증설을 위한 착공 마지노선인 올해 8월 전까지 찬반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주 지역 시민과 탈핵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재검토위가 의견 수렴 기구로서의 대표성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논란 속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반대쪽에서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경주 지역 시민단체가 구성한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시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원회'는 재검토위와 정부를 향해 "엉터리 졸속 공론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날인 20일 김소영 신임 재검토위원장이 지역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설문이 완료됐고 오는 22일 정기회의에서 맥스터 증설 권고안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이다.

대책위는 먼저 지난 18~19일 진행된 종합토론회가 '골방 공론화' 형태로 졸속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검토위는 지난 6월 150명의 지역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대표를 선정했고 개인 사정으로 빠진 5명을 제외한 145명이 종합토론회에 참석했다. 종합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열렸다. 18일 종합토론회 시작과 함께 2차 설문, 19일 종합토론회를 마치고 3차 설문이 이어졌는데 3차 설문 결과가 최종 결론으로 반영된다. 대책위는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보고 질의 응답을 해도 복잡한 사안인데 노트북 조작도 서투른 가운데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방청하고 분임조별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토론자로 나온 전문가 3명이 책임 있게 답하지 못했고 질의 응답 시간이 짧아 질문을 아예 못한 분임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 공론화 과정에 개입한 정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한수원 내부 통신망에 맥스터 증설에 찬성하는 식당 이름을 올려 지역 상가들이 눈치를 보게 만드는 등 한수원이 주민 의견을 편파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관리'해오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대책위는 "한수원 개입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진상조사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재검토위 관계자는 "145명 시민참여단의 각 가정에 보조원들이 1명씩 배치됐고 이들이 노트북을 들고 직접 방문해 온라인 토론회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시민참여단 모두 성심성의껏 토론회에 참여했다"며 "모든 과정을 곧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를 다 지켜본 뒤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검토위가 운영 과정에서 그간 파행을 거듭해 온 것도 의견수렴 기구로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재검토위는 2019년 5월 15명의 위원으로 출범했지만 정정화 전 위원장이 위원회 해체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달 말 사퇴한 데 이어 이후 위원 2명이 더 물러나는 등 현재 김소영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탈핵시민행동 등 탈핵 단체들은 "정 전 위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실패한 공론화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며 "산업부 주관이 아닌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의 투명하고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구성해 원점부터 공론화를 다시 시작하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김소영 위원장은 "지금 시점에 재검토위를 해체하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공전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공론화 작업의 중단은 없을 거란 점을 분명히 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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