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의심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9일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경기, 충북 등에서 유충 의심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구자용 대한상하수도학회장(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은 20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 내 활성탄 여과지가 폐쇄형이라 하더라도 유지ㆍ관리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드나들 수 밖에 없는 공간”이라며 “이 과정에서 깔따구 성충이 유입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물을 숯(활성탄)이나 오존에 접촉시켜 냄새 등을 없애는 시설로, ‘폐쇄형’도 유충 유입을 원천 봉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공촌정수장과 달리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폐쇄형인 부평정수장에서도 죽은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바 있다. 유충은 염소 소독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지낸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는 “깔따구 유충은 늦봄에서 여름 사이 원수, 정수장, 배수지, 가정의 물탱크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면서도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이 발생했고, 그것이 가정집까지 갔다는 것은 수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활성탄 여과지에서 방충망 설치 등 관리를 잘했다면 이번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며 "배수지나 물탱크 같은 곳에서 알 형태로 들어갔다가 가정집 샤워기 필터 등에서 잔류했다가 부화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고도정수처리시설에 대한 인천시의 미숙한 운영을 사태 원인으로 꼽았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촌정수장은 활성탄 여과지만 거쳐 물을 내보냈는데,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여과지 세척주기가 10일 이상으로 길었던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여과지 세척주기는 여름철의 경우 통상 3~5일이다.
독고석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작년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이번 유충 문제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환경부는 상수도 공무원의 전문성과 정수장 수질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에서 처음 신고된 유충 수돗물 의심 사례는 19일 오후 6시까지 166곳으로 늘었다. 이중 공촌정수장 수계가 160곳, 부평정수장 수계가 6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