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나선 후에야 정리된 그린벨트 혼란

입력
2020.07.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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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이로써 지난 일주일간 이어진 당정청과 서울시 간 혼선은 매듭지어졌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린벨트 해제 혼란은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7ㆍ10 부동산 대책 후속 주택 공급 방안 중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다음 날 국토교통부 박선호 차관이 “검토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지만 잠시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해제 검토 의견이 나왔고, 다시 서울시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17일에는 청와대가 해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이어 정 총리와 이재명 이낙연 등 여당 대권주자들도 반대 의사를 잇따라 내놓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였던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의 땅값과 인근 아파트 호가가 2억~3억원가량 오르는 등 오히려 부동산 투기 심리만 부추겼다. 그린벨트 해제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득보다 실이 많은 대책이다. 해제 후 주택 공급까지 5년가량 기간이 필요해 단기 효과가 작은 데다, 추가 공급 물량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어 공연히 불붙은 투기수요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 일각에서 밀어붙이려 했던 것은 주택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은 어느 때보다 정교해야 한다. 이제라도 무주택자 불안을 가라앉힐 장ᆞ단기 공급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국공립 시설 용지 발굴, 도심 고밀도 개발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검토 중이다.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안심하고 장기간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획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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