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절반'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다른 유력 후보지는

입력
2020.07.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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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벨트 대신 국공립 유휴부지 발굴"
내곡동ㆍ은평뉴타운 軍 토지 등도 거론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대신 국ㆍ공립 유휴부지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장 서울 노원구의 태릉골프장 부지를 비롯한 새 후보지들이 주목 받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최대한 부지를 확보하라고 강조한 만큼 정부, 군, 공공기관, 서울시가 소유한 토지들이 모두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가 세운 기존의 주택건립 계획에 추가 물량을 더하는 차원인 데다 시간도 촉박해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우선 낙점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태릉골프장+선수촌... "2만호 건립 가능"

20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는 이날 주례회동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 활용안을 비롯해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 확보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린벨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대신, 새 유휴부지 확보에 주력하라는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이 참여한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 이르면 이달 말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TF는 앞서 △도심 고밀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유휴부지, 국가시설 부지 활용 △공공 재개발ㆍ재건축 △도심 공실 상가ㆍ오피스 활용 등을 '검토가능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장 관심은 태릉골프장에 쏠린다. 육군사관학교 인근의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일대는 면적(149만6,979㎡)이 여의도(290만㎡)의 절반 규모다. 2018년에도 주택용지 활용 방안이 정부 내에서 검토됐지만 국방부 반대로 무산됐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별도로 언급한 만큼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태릉골프장에 인근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면적이 250만㎡로 주택 2만채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외곽지역이기는 하지만 역세권(갈매역)에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공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부대 부지 등 군 소유 토지도 후보로 거론된다.

"유휴부지 감소, 도시발전엔 부정적" 지적도

서울시가 소유한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와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시는 역세권 고밀 개발과 시유지 활용을 통해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상업ㆍ공원 용지로 보유한 토지를 주거용으로 전용하거나 도심 내 철도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그동안 검토 또는 추진됐던 곳들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며 "박근혜 정부 때 행복주택을 지으려고 했던 목동 유수지 등도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목동에 재건축을 용이하게 해주는 식으로 지역민 반발을 최소화해 주택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너무 많은 용지에 주택을 짓는 것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해 연구원은 "유휴부지를 줄이고 아파트를 더 짓는다는 것이 서울의 도시경쟁력에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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