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는 일제 강점기 예기(藝妓ㆍ예술인 기생) 조합인 '권번(券番)'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문화예술을 교육하는 고택문화체험관(옛 권번문화예술원)이 지역의 거점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고택문화체험관은 2015년 정읍시 산외면 일대에 국비와 시비 등 21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부지와 건물을 포함해 전체 면적은 3,400㎡에 이른다. 외형은 전통한옥으로 안채와 사랑ㆍ행랑채, 별채로 구분돼 있으며 내부는 숙박을 위한 편의시설과 전통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꾸며졌다.
권번 기생들은 술과 웃음을 파는 일반 기생들과 달리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견뎌내며 시(詩)ㆍ화(畵)ㆍ가(歌)ㆍ무(舞)ㆍ악(樂) 등 예능과 교양, 예의까지 갖춘 예인(藝人)이었다. 권번은 오늘날의 고등 예술 교육기관이고 권번 기생은 예술인인 셈이다.
2000년대 중반 광주 권번이 허물어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단법인 한옥마을사람들 고혜선 대표가 광주 권번 상량문 등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이후 권번에 대한 편견으로 건물 이축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다가 2015년 광주 권번 한옥 건물을 해체한 후 산외면으로 옮겨와 원형 그대로 다시 지었다.
이곳에선 아리랑과 단가, 정가, 전통예절, 전통음식, 다례, 전통무용ㆍ악기 등을 교육한다. 강의는 예술원 강사가 맡는다. 전통문화의 신명과 풍류를 결합해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여가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문화예술 체험과 숙박을 할 수 있다. 식사와 전통차 시음, 음악 무용극이 어우러진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에는 '예기(藝妓)들의 흔적을 찾아서'란 주제로 역사와 기억 속에서 사라진 교방(敎坊) 문화를 소개했다. 100여년 전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으며 화려하게 꽃피었다가 왜곡된 시선과 무관심 속에 소리 없이 사라져간 예인인 기생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고혜선 대표는 "이곳은 정읍의 선비문화와 풍류 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권번 문화를 체험해 우리 전통 예술의 우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교육시설"이라며 "권번의 역사적 가치와 풍류 예술을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