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쟁점이었다. 그러자 청문회장 주변에서는 '박원순 청문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 의혹에 대한 야당의 질의가 쏟아졌으나 김 후보자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국회는 이날 저녁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 박 전 시장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형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박 전 시장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도 "경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권력형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라는 중요한 공익적 가치를 갖게 된다"고 경찰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수사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진상 조사 필요성에 대해선 깊이 인정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사안도 피고소인이 사망을 했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진상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했을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게 돼 있다"면서 김 후보자를 거들었다.
야당은 여권에서 사용하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도 표적으로 삼았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용어의 차이를 질문했다. 이에 김 후보자가 "(2차 피해 여부는) 제가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하자, 권 의원은 "경찰청장이 아무것도 평가 안 하고 중립적으로 있으려면 뭐 하려고 (청문회에) 부르느냐"고 쏘아붙였다.
경찰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고소장 접수 당일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둘러싸고는 여야 간 설전이 오갔다. "현재까지 경찰이나 청와대에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걸로 안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 등은 "유출 정황 포착 시 제대로 책임지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자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가 안 되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현행법상 당연한 조치라고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엄호하는 한편 박 전 시장 사건이 여권을 향한 공세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김민석 의원은 "공소권 없음으로 법적 한계는 있지만, 종래의 유사 사건처럼 소극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양기대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도 피소 사실이 전달된 사실과 관련해 "현직 청장이 아닌 후보자에게도 보고됐단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임명될 경우) 내ㆍ외부 보고 체계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시작 약 11시간여 만인 이날 저녁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치면 김 후보자는 경찰청장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