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선수" 故 최숙현 비극 막기 위한 공대위 출범

입력
2020.07.20 14:45
20일 참여연대 등 41개 시민단체, 출범 기자회견
"최 선수 호소에 어떤 국가기관도 응답하지 않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과 같은 비극적인 스포츠계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발벗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문화연대 등 41개 시민단체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출범을 선언했다. 공대위는 '높은 성적'이라는 목표에 묵인된 엘리트스포츠의 폭행 관행을 비판하며 금메달보다 선수의 인권을 존중하는 스포츠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공대위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4주 전 한 선수가 생을 마감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잔혹함이 한 선수의 존엄을 짓밟고 죽음으로 밀어 넣었다"며 "금메달 100개보다 한 선수의 생명이 중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되새기며 국가를 향해 엘리트스포츠 존재 의미부터 다시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최 선수의 호소에도 대한체육회, 경찰, 지방자치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 어떠한 국가기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조했다며 '꼬리자르기'식 처벌이 아닌 구조적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하 민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자격증도 없는 팀닥터가 폭력을 휘둘러도 문화체육위원회 등 국가조직은 폭력을 방치하고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며 "지난해 쇼트트랙 선수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체육계는 똑같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조사단과 국회 청문회 등 정부의 진상조사 활동을 감시하고, 다음달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과 함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체육계 폭력 근절과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 여론 조성 캠페인도 병행할 방침이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스포츠계가 변화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최숙현이 나올 수 있다"며 "스포츠계 내부의 자성과 변화를 체육인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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