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100% 배상'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의 권고대로 전액을 배상하자니 향후 라임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 자칫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용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외면한다는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판이다.
최근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고 와중에 이번 결정이 향후 배상의 기준이 될 수 있어 금융권의 이목도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은 오는 27일까지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할 지 결정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말 분조위는 판매사들에게 "2018년 11월 이후 펀드를 산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돌려줄 것"을 권고했다. 판매 과정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총 대상 금액은 1,611억원이다. 우리은행이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어치를 각각 팔았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1일과 24일 이사회를 열고 권고를 수용할 지 논의한다. 신한금융투자 등도 이사회 일정을 조율 중이다. 판매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만일 이들이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우선 판매사들은 펀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역시 사기 피해자인데 전액 배상은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론상 판매사가 권고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상한 뒤 추후 라임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지만, 사실상 라임이 회생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역시 쉽지 않다. 경영진과 이사회 입장에서는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고 권고안을 수용한 뒤 구상권 행사에서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자칫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또 판매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보상 선례를 남기는 것도 부담이다. 원금 100% 배상 결정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인데, 벌써부터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사모펀드 등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도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무역금융펀드만 보면 전액 반환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다른 펀드에도 같은 배상을 하게 된다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권고안을 거부할 경우 금감원과 대립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부담이다. 우리ㆍ하나은행은 이미 DLF 중징계를 놓고 금융당국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데다, 하반기에는 금감원의 종합검사도 예고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판매사들이 한 두 차례 수용 시한 연장을 신청하며 논의 시간을 벌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 조정 당시에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권고안 수용 여부를 다섯 차례나 연장하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판매사가 수용결정을 요청하면) 사유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