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전부 교체"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서 호통친 김정은

입력
2020.07.20 11:41
인력ㆍ물자 동원 시달리는 주민 반발 상당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미흡을 질책하며 지휘부 전면 교체를 지시했다. 병원 건설 명목으로 인력, 물자 동원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호통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평양 시민들의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 위원장의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시찰 소식을 전했다. 현지지도에는 박봉주·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등 간부들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 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됐다"며 간부 전원 교체를 지시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예견된 문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병원 건설에 쓰일 자재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창건 75주년(10월 10일)까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마쳐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평양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병원 건설 약속이 오히려 민심 이반을 가속화 시킨 측면도 드러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구상한 의도와 다르게 설비ㆍ자재 보장사업은 탈선하고 있고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해 인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부족한 건설 자금과 인력을 '인민의 자발적 지원' 명목을 내세워 주민들에게서 받아가는 데 대한 평양 주민들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식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 성과로 강조해온 핵심 건설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원산ㆍ갈마 해안관광지구는 개장 예정일(4월 15일)을 넘겼고, 순천인비료공장은 완공했으나 가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평양종합병원의 완공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계획대로 완공된다 해도 각종 의료장비와 기자재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건설 사업을 위해 자금 마련이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자 당이 주민들을 쥐어짜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인민을 위한다며 추진한 공사들이 오히려 민심을 잃게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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