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전세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각국의 '봉쇄' 조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당장 제조업의 수출 길이 막힌 것은 물론, 여행ㆍ서비스업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침체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신종 코로나의 2차 대유행이 올 경우 올해 회원국들의 평균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고용 한파는 노동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15~29세)에 더 가혹하다. 정부의 고용 정책은 '신규 채용' 보다는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명 감소했다. 2월(-4만9,000명) 3월(-22만9,000명) 4월(-24만5,000명) 5월(-18만3,000명)에 이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층의 실업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오른 10.7%로, 1999년(11.3%)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21일 "예년과 비교해 학생들의 면접 관련 상담이 4분의 1로 줄었고, 요즘엔 이마저도 정규직이 아니라 인턴을 주로 뽑는다"며 "특히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잘렸는데 취업도 안 돼 생계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학 안팎에선 이런 추세를 봤을 때 올 상반기 취업을 못한 학생들의 졸업 유예가 대거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기업이 정기 공채 폐지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청년층의 구직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와 무관하게 현대차, KT, LG 등은 올 상반기부터 공채를 없애고 수시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인사팀 주도로 매년 일정 시기에 대규모 인원을 뽑는 채용 방식보다는 해당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서 직접 적시에 채용을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해마다 수 백명씩 뽑던 질 높은 일자리 통로가 급작스럽게 닫힌데다, 그나마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도 신종 코로나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정이 연기되면서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고용 충격은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취업지원관은 "수시 채용은 일반 신입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해외 인턴, 자격증 시험 등 학생들의 취업 준비 활동도 어려워졌다"며 "사실상 상반기 동안 채용이 멈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OECD는 지난 7일 공개한 ‘연례고용전망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가 다시 확산할 경우 회원국 평균 실업률이 올해는 1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실업률은 올해 9.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OECD는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종 코로나 이후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구조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갈수록 제조업의 고용 감소 폭이 확대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바이오산업,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에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일자리, 직접 일자리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기업의 채용 수요가 없을 때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활용해 소득 보전을 해주고 이들이 구직단념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후 채용 연계형 인턴이나 정규직 전환 인턴을 도입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