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키워드는 '에너지 효율'... 1등급이 최고 성능은 아냐

입력
2020.07.20 13:21


올해 가전시장의 키워드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이다. 정부에서 시행한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사업'이 불씨를 댕겼다. 이는 TVㆍ냉장고ㆍ건조기 등 11개 가전 품목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면 구매 비용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개인별 최대한도는 30만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제품 성능과 에너지 등급은 비례하지 않고 등급이 높아지면 그만큼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2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를 비롯해 냉장고, 건조기, 에어컨, 제습기 등 다양한 품목에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나란히 출시한 삼성전자의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LG전자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냉장고는 모두 1등급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 출시한 ‘그랑데 건조기 AI’ 14ㆍ16㎏ 용량 제품이 1등급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선보인 17㎏ 용량 제품까지 1등급을 획득했다. LG전자도 지난달 1등급을 받은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16㎏)’를 출시했다.

‘1등급 가전’ 출시 경쟁은 TV에서도 뜨겁다. LG전자는 지난 6일 프리미엄 액정화면(LCD) TV인 2020년형 ‘LG 나노셀 AI 씽큐’를 새로 선보였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28일 1등급을 획득한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 ‘QT67’ 시리즈를 공개했다.

양사의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 경쟁은 이례적이다.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큰 에어컨을 제외한 일반 가전은 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른 전기요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으뜸효율 환급사업’이 시행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다만, 에너지소비효율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진행되다 보니 1등급 가전이 모두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은 유의해야 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이 성능도 가장 우수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에너지 등급과 성능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의 TV 가운데 프리미엄 모델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경우 1등급이 없다.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는 만큼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선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환급금도 받고 전기요금도 절약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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