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촌정수장에서 살아있는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데 이어 부평정수장에서도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인천 지역 절반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유충 수돗물’ 사태는 인천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천시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19일 "부평정수장과 부평정수장 수계의 배수지 4곳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부평정수장과 배수지 3곳(희망천ㆍ원적ㆍ천마산)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배수지는 정화 과정을 거친 깨끗한 물을 가정에 공급하기 전 모아두는 일종의 연못이다. 특히 부평정수장은 공촌정수장과 달리 폐쇄형이어서 유충 발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부평정수장 수계인 부평ㆍ계양구의 가정집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 부평이 2곳, 계양구가 3곳이다. 지난 18일 오후 6시 기준 수돗물 유충 의심 민원 신고가 접수된 곳 중 실제 유충이 확인된 사례는 모두 149곳(서구 141곳)으로 늘었다. 수돗물 유충 확인 사례는 지난 9일 서구 왕길동에서 처음 나온 이후 15일까지 서구지역에서만 모두 90곳에 달했다. 이어 지난 16, 17일에 영종지역에서 1곳씩이, 18일에는 강화군에서도 1곳이 추가로 확인된 바 있다. 수돗물 유충 의심 민원 신고는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에서 전날 오후 6시까지 580건이 접수됐다. 이중 381곳은 공촌정수장 수계에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부평정수장에서 뒤늦게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자, 초기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7일 배수지 3곳에서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자 부평정수장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벌여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 추정 물체를 추가로 발견했다. 부평정수장은 앞선 2차례 조사에서 유충이나 추정 물체가 나오지 않았던 곳이다.
시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도움으로 지난 13일 공천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가정집에서 나온 유충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유충이 정수장에서 수도관을 타고 가정집까지 간 가설은 입증됐지만 정수장에서 유충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길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부평정수장 정수처리공정을 강화하고 배수지 청소와 유충 등을 거르는 망 설치, 수돗물 교체 작업 등을 추진 중"이라며 "수돗물 유충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지난 18일 본격 착수한 합동정밀조사단 조사에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경험한 인천에서 이 같은 사태가 터지면서, 유사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만든 '수돗물 수질 민원 대응 매뉴얼' 무용론도 나온다. 해당 매뉴얼에는 유충 등 벌레와 관련된 부분이 없는데다, 있는 매뉴얼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서부수도사업소와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 확인을 거쳐 확산 가능성을 검토한 뒤에 기초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알리도록 했으나 지난 13일에서야 본부 차원의 대책회의가 열렸고, 14일 박남춘 시장 주재 회의 후 ‘수돗물 음용 자제 권고’가 나왔다. 서구 왕길동에서 첫 사례가 나온 지 닷새 만이었다.
보상 문제를 놓고도 우왕좌왕하면서 원성은 높아지고 있다. 인천 서구는 당초 '생수 구입 영수증 보관 시 추후 보상’이라고 알렸다가 이후 ‘보상 불가’로 정정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붉은 수돗물 사태 때처럼 영수증이 없어 보상 못 받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안내 문자를 보냈다”며 “하지만, 유충으로 인한 보상은 불가하다는 시의 회신을 받고 정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한 아파트 주민민은 19일 오후 4시 30분쯤 세면대를 사용하던 중 움직이는 유충을 발견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주민이 수돗물을 받아 놓고 쓰다 유충을 발견한 사례가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