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韓기업인 요청 시 24시간 내 입국"

입력
2020.07.19 14:17
빠른 행정개혁도 약속... 지방정부 동참이 관건


“한국 기업인과 전문가, 가족이 베트남에 들어오기를 원하면 언제든 정확한 시간과 정보를 나에게 알려달라. 24시간 안에 입국 허가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이띠엔중 베트남 총리실장관은 지난 17일 하노이에서 열린 삼성전자 등 150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통해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한 우대를 약속했다. 베트남의 느린 행정 처리를 고려할 때 ‘24시간 내 입국’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 만큼 한국 기업 우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기업들은 “적어도 2주 이상 걸리는 예외입국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베트남 정부에 요구했다.

중 장관의 언급은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는 게 현지 평가다. 한국의 청와대 국무조정실장 격인 중 장관은 응우옌쑤언푹 총리에게 직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여서 그의 공개 발언은 두 사람간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도 지방 성(省)에 긴급한 일정을 떠난 푹 총리를 대신해 중 장관이 온 만큼 사실상 중앙정부가 한국에 보낸 메시지나 다름 없다.

한국을 향한 베트남의 러브콜은 한국기업과 대화를 일 년에 두 차례 정례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 장관은 이날 산업무역부 등 핵심 중앙관료와 하노이 등 지방정부 투자기획국 관계자 등에게 “한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정례화할 것이니 계속 참석하라”고 못박았다. 이어 “푹 총리 뜻에 따라 관련 기관과 지방정부는 앞으로도 한국기업의 건의 사항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트남 개혁의 컨트롤 타워인 ‘행정절차개선자문위원회’ 수장이기도 한 중 장관은 한국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더딘 행정절차 문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올 초부터 진행 중인 행정전산화 작업 결과 온라인 포털 공공서비스 조회수가 5,10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며 “앞으로 통관 및 세금 등 각종 등록 절차도 온라인으로 진행해 한국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중앙정부의 의지를 지방정부가 얼마나 따라갈지 여부다. 베트남의 경우 중앙정부가 한국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마련해도 각 공단이 위치한 지방성이 전력 및 인프라, 세금 문제 등 세부 사항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 투자 절차가 상당히 지연되는 게 현실이다.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여력이 없고 각 성 최고위급 인사도 공산당이 쥐고 있어 지방정부의 독자 행정 전통은 여전하다”면서도 “이례적으로 지방성 핵심 인물들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총리의 의지가 전달된 만큼 현장에서 조금 더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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