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객실승무원의 어학 자격시험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 이른바 '어학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객실승무원의 어학 등급에 따라 고객 응대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학 수당도 근로의 대가로 봐야 하고, 고정적으로 지급됐다면 통상임금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 등 아시아나항공 직원 27명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다시 산정해 지급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 등은 "상여금과 어학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회사는 퇴직금을 다시 계산한 뒤,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어학시험 취득점수와 구술시험 합격 여부에 따라 직원의 어학능력을 1~5급으로 나눈 뒤 1급 소지자에게 3만원, 2급은 2만원, 3급은 1만원을 어학수당 명목으로 매달 각각 지급했다.
1심 재판부는 어학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학수당은 그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개별 근로자들마다 달라 고정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에 대해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인데, 당시 재판부는 '고정적'의 의미를 '근로자의 업적 및 성과 등과 관계 없이 당연히 지급될 게 확정돼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단,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퇴직금을 재산정해 미지급 금액만큼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결론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어학 자격등급의 부여가 객실 승무원의 근로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됐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어학수당은 소속 근로자들의 외국어 능력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 및 격려 차원에서 지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국어 어학 자격등급 유무 및 취득한 등급의 수준에 따라 외국인 고객 응대의 질이나 내용이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오로지 동기부여 및 격려 차원에서 지급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원심 논리를 반박했다. 이어 "매달 같은 금액이 지급됐다는 점에서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