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관영매체를 앞세워 미국과의 '단교'까지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의 입국 금지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 때문이다. 홍콩ㆍ신장위구르ㆍ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국의 제재에는 비슷한 수위의 맞대응에 주력했지만, 체제의 핵심인 공산당이 공격받자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미 뉴욕타임스(NYT)의 전날 보도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들의 입국을 금지하려는 것은 단교보다 더 엄중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신창(信强)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소장은 "수십년간 지속된 양국 관계를 인적 교류가 거의 없고 무역과 투자가 끊겼던 1972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37만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중단하고 홍콩보안법 등을 이유로 중국 관료ㆍ기업을 제재하겠다고 압박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격한 반응은 공산당에 대한 제재를 사실상의 '체제 전복' 시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이 정부보다 우위에 있는 나라다. 전날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공산당의 집권은 중국과 중국 인민, 중화민족에게 큰 행운"이라며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본질적 특징이자 장점은 공산당의 영도"라는 글을 실었다. 별이 달을 받치듯 당을 중심으로 중국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공산당은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당원은 9,19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32만명 늘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당시 449만명에서 20배 넘게 증가했다. 가족까지 합하면 2억7,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인 5명 중 1명 꼴이다. 각 지역마다 촉수처럼 뻗어있는 1차 당 조직도 468만개에 이른다.
사실 NYT 보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정부가 연간 3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입국자 가운데 누가 당원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압박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미국이 비자 제한조치를 논란 끝에 철회했듯이 결국 무산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압박 범위를 넓히고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중국의 우호세력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을 향해 편가르기를 요구하는 건 가장 당혹스런 시나리오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힘이 있으니 미국이 모질게 나오면 반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나쁜 국면에 대비해 속히 후속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