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영 위기에 빠진 이스타항공이 조만간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거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이래 '매출 제로(0)' 상황이 다음달에도 이어지게 된 데다가 유일한 해결책인 정부 지원도 인수 계약 체결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 및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날까지도 운항 재개에 필요한 항공운항증명(AOC) 효력 회복을 신청하지 않아 다음달 노선 운항이 어렵게 됐다. 운항을 재개하려면 3주 전 국토교통부에 효력 회복 신청을 해야 하는 데다가, 운항 계획은 최소 월 단위로 짜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AOC는 항공사가 조직, 인력, 시설, 장비 등 안전운항체계를 갖췄는지를 종합적으로 검사해 부여하는 면허로, 운항의 필수 요건이다. AOC를 발급 받은 항공사가 60일 이상 운항을 중단하면 면허 효력이 일시 중단되는데, 이스타항공은 3월24일부터 전면 휴항 중이라 5월 국토부로부터 AOC 효력 중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이스타항공이 다음달에도 운항이 불가능해지면서 4월부터 시작된 '매출 제로' 기간은 5개월로 접어들 전망이다. 회사가 다음달 중순까지 AOC 회복 신청을 하지 못한다면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7~9월)도 통째로 날리게 될 판이다.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이스타항공이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1~3월) 4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3월 말 기준 자본총계 -1,042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포함해 매달 나가야 하는 고정비가 약 25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연말 부채는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이 성사되면 총 1,700억원(KDB산업은행 1,000억원, 한국수출입은행 7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걸로 기대해왔다. 제주항공을 통해 간접 지원 받는 형식이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이 지난 16일 사실상 '계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을 방법이 막막해졌다.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사업을 재개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이 아닌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1,600여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큰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장기 투쟁을 벌이면서 사회적 비용까지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노조 측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과 정부에 문제 해결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제주항공 경영진은 이미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책임과 인력 감축에만 몰두하며 고용유지 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5개월째 1,600명의 임금을 체불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방치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