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한다더니 그린벨트 개발?" 뿔난 환경단체

입력
2020.07.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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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단 촉구 성명
“주택 공급 10년 뒤에나 가능 
집값 못 잡고 수도권 팽창 심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그린벨트가 마치 '개발 예정지'인 것처럼 부동산 대책 실패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기대만큼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 주택처럼 오히려 투기만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환경운동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환경보건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집값 안정 보다는 수도권의 무분별한 팽창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 9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을 때,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를 제안했다.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울 시내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논리였는데, 당시에도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한 서울시가 반대하며 무산됐다. 불과 2년도 안 돼 또 다시 같은 구도가 연출된 셈이다.

다만 이번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당까지 가세해 그린벨트 해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도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한 안팎의 혼란으로 과거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린뉴딜 발표해놓고... 한쪽에선 그린벨트 해제 추진?

환경단체는 정부가 걸핏하면 최후의 보루인 그린벨트를 해제하려 한다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 '그린뉴딜' 청사진을 공개해 놓고 동시에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 정합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수나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는 "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하면서 '도시의 생태 축을 복원하겠다' '도시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해놓고 바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 부처마다 입장이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것도 정부가 그린벨트에 대한 철학이 없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그린뉴딜 실행 과제 중 하나로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한 미세먼지 차단 숲(6.3㎢) 등 도심 내 녹지 조성 계획을 밝혔다. 도서관, 대학교 인근에 216개의 '생활밀착형 숲'과 학교 부근 어린이 보호구역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자녀안심 그린 숲' 370개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린벨트 풀어 주택 공급 10년 뒤에나 가능

설령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주택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강남구 일대는 서울 시내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싸다. 과거 보금자리 주택처럼 ‘로또 아파트’만 양산, 당첨된 이들에게 막대한 시세 차익만 몰아줄 뿐, 주택 가격 안정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는 약 150㎢로,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23.88㎢)가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이라는 게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그린벨트는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짓는데 10년 정도 걸린다”며 “인구 감소가 현실화 하는 시점에서 주택 공급이 정말 부족한지도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용산역 정비창의 용적률을 올리는 등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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