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와 미국이 체결한 데이터 전송 합의를 무효화했다. 이는 미국 내 기업이 유럽 사용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 지녔던 특별 접근권을 끝낸 것으로, 페이스북 등 5,000개 이상의 기업 활동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CJ는 16일(현지시간) EU와 미국 간 개인정보 보호 합의인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은 무효라며, 국가 규제 당국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프라이버시 실드는 유럽인들의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미국에 전송할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 2016년 미국과 EU가 체결한 합의다.
판결문에서 재판소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소비자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해 개인 정보를 감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더 이상 페이스북과 같은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때 이를 제대로 보호할 것이라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ECJ의 결정이다. 이번 판결에는 항소할 수 없다.
일상적인 상업적 데이터 전송을 위해 프라이버시 실드에 의존해온 50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당장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AP는 앞으로 규제기관이 유럽인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전송에 대한 정밀조사를 강화할 수 있으며, 아예 전송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EU와 미국은 유럽의 데이터가 미국 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춘 EU와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 받도록 보장하는 새 협정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오스트리아의 사생활 보호 운동가 막스 슈렘스가 자신의 데이터 처리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나왔다. 슈렘스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정부의 온라인 데이터 사찰 의혹을 폭로한 직후인 2013년 "미국으로 개인 데이터를 보내면 안 된다"며 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