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잡는 변호사법... "기술발전도 잡을라" 논란 중심에

입력
2020.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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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중개하고 수수료 챙긴 '브로커' 근절
리걸테크 활성화하며 '구시대법' 오명도

편집자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간이 조명될 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법조계. 철저히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상에는 속설과 관행도 무성합니다. ‘법조캐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일보>가 격주 월요일마다 그 이면을 뒤집어 보여 드립니다.

변호사법은 '누구든지' 법률 사건ㆍ사무를 특정 변호사에게 알선하고 금전 대가를 받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규정된 변호사법 34조는 사건을 물어 오는 대가로 중개 수수료(속칭 '뽀찌')를 받는 이른바 '브로커 사무장'을 처벌하는 철퇴로서 기능해 왔다. 브로커 사무장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모아주는 대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거나, 전관 출신 변호사의 영향력을 내세워 "법관 또는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해 주겠다"면서 의뢰인으로부터 뒷돈을 챙기곤 한다.

대표적인 브로커 사무장으로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이동찬(48)씨가 꼽힌다. 그는 정운호(55)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변호했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50) 변호사와 한통속으로 움직였다. '전관 출신' 최 변호사의 사무장 행세를 하며 의뢰인들에게 "재판부에 청탁을 해 주겠다"거나 "재판부를 교체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겼던 것이다.

2015년 이숨투자자문 투자 사기 사건과 관련, 최 변호사가 이 회사 실질 대표의 변호를 맡으면서 50억원을 부당하게 받는 과정에도 이씨는 깊숙이 개입했다. 3억5,100만원을 단독으로 챙기기도 했다. 정 대표와 최 변호사의 '50억원대 검은 거래'(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는 두 사람이 수임료 문제로 교도소에서 다툰 게 빌미가 되어 세상에 드러났다.

이처럼 사무장이 본래 역할을 넘어 '법조브로커'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변호사 명의를 빌려 법률사무소를 차린 뒤 다른 변호사한테 사건을 가져다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거나, 변호사 명의로 송사를 대신 처리하다 사고를 치는 식이다. 그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법 조항이 바로 변호사법 34조다. 이동찬씨 역시 이 조항 위반으로 2징역 8년, 추징금 25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온라인 법률상담 서비스 등 리걸테크 분야가 활성화되면서 변호사법 34조는 이제 기로에 서 있다.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구시대적인 법'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는 것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와 사무장이 거래하던 시절의 규정이기에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률상담 서비스는 사무장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므로, 법 개정이 아니라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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