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경보호법 폐지" VS 바이든 "친환경 인프라 투자"

입력
2020.07.17 04:30
환경 문제, 11월 대선 주요 이슈로 부상
"코로나로 급진 정책에도 대중들 관심"


11월 미국 대선에서 환경 문제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기후변화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쟁하듯 각각 환경보호법 폐지와 '그린 뉴딜'이라는 상반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경합지인 조지아주(州)의 애틀랜타를 방문해 "50년간 유지돼온 국가환경정책법(NEPA)의 시행 규정을 변경해 대형사업 추진이 더 쉽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1970년 발효된 NEP를 전면개정해 각종 토목공사의 선행 절차이자 건설업계의 반발이 큰 '환경영향평가'를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현행 7년인 고속도로 확장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2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올해 초 개정 초안 공개 당시부터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침해 논란 등 반대가 거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그린 뉴딜' 계획을 발표한지 하루만에 나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날 "향후 4년간 2조달러를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해 최소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의사도 재확인했다. 언론들은 팬데믹으로 환경 문제가 부각된 상황을 염두에 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부수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가 삶의 중심을 흔들면서 대중은 급진적이고 과감한 정책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사실 환경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간 차별성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는 분야다. 하버드 로스쿨과 컬럼비아대 기후변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100개 이상의 환경 규칙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그 중 66개가 발효됐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논란은 이미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공약 발표 직후 열린 홍콩 특별지위 박탈 관련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그린 뉴딜 비난에 할애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름을 31차례나 언급하며 깎아내리던 중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공약"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사무실 공간에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공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발표된 NBCㆍ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51%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을 11%포인트 앞섰다. 퀴니피액 조사에선 격차가 15%포인트였다.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트럼트 대통령이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전격 교체한 건 재선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경제에 대한 위협인 지구온난화 대처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비롯해 환경 이슈에 관한 한 두 후보는 완전히 극과 극"이라고 진단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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