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한 장본인이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남 김해와 양산의 학교 화장실에서 불법카메라가 발견되었다. 장본인이 교사로 밝혀지면서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잇따른 화장실 불법카메라 사건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 화장실 불법카메라 적발 이후 경남교육청은 관련자를 직위해제하고 관계기관에 고발조치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아가 일선 학교에 불법카메라 점검을 안내하는 긴급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교육부도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을 통해 학교 화장실 불법카메라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뒤늦게나마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대책들이 효과를 거두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학교 화장실을 불법카메라 점검 의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2018년에 "불법카메라 없는 화장실을 만든다"며 공공시설 점검 의무화를 추진하고 지하철·철도‧고속도로‧터미널 화장실의 불법카메라 단속을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문제는 이 조치의 점검 대상에 학교 화장실이 빠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이 일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라도 학교 화장실을 포함한 모든 공공화장실을 불법카메라 점검 의무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불법카메라 점검은 전문가에게 맡겨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경남교육청은 사건 이후 불법카메라 점검 안내 공문을 학교에 보냈는데 이 공문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점검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건 불법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면 치우라는 말이다. 이런 조치는 그저 쇼일 뿐이다. 사극에서도 보지 않았나. ‘암행어사 출두요’는 탐관오리가 머무는 관아의 빗장을 열어젖히며 하는 거지 한양에서 관아에 파발을 띄워 미리 알려주고 하는 게 아니다.
불법카메라 점검은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항상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지기라도 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2018년에 불법카메라 탐지 장비 구입비를 특별교부금으로 편성하여 교육청에 지원한 것만 보아도 유사한 사건이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불법카메라 점검은 표집이어서도 안 된다. 반드시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불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검사 결과는 학교 시설 이용자에게 모두 안내해야 한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혹시라도 교육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법카메라 점검을 학교에서 직접 하라는 내용만큼은 없기를 바란다. 이렇게 공문 한 장 보내서 취합한 결과를 가지고 “학교에 불법카메라 없다”고 발표하면 믿을 사람 하나 없다. 국민 불안감이 높고 정치권에서까지 나서서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니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불법카메라는 반드시 뿌리 뽑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하는 김에 학교 화장실도 바꾸자. 종일 머무는 학교 화장실이 어쩌다 잠깐 머무는 휴게소 화장실보다 불편해서야 되겠는가? 학교를 이대로 두고 돌봄이다 뭐다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계속 늘릴 건가? 미래교육을 논하려면 불안하고 불편한 학교 화장실부터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