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그린' 빠진 그린뉴딜

입력
2020.07.16 17:32
8면
2020~2025년 73조원 투자... 일자리 66만여개 창출
미래차 133만대 보급, 태양광ㆍ풍력 발전 용량 확충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이 그 베일을 벗었다. 공공시설 리모델링, 전기차ㆍ수소차 보급 확대, 녹색산단 조성 등에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65만여개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에서는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온실가스 감축' 등 산업계에 민감한 정책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며 과거처럼 경제 성장 논리에 환경은 뒤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2020~2025년 그린뉴딜 시행 계획을 공개했다. 그린뉴딜은 사회ㆍ산업 인프라, 에너지 수급 체계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를 초래한 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한다는 취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현행 유지

정부는 그린뉴딜을 위해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어린이집, 학교, 의료기관 등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국립공원 등 생태계 복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확충(12.7GW→42.7GW) △전기차ㆍ수소차 등 미래차 133만대 보급 △저탄소ㆍ녹색산단 조성 등의 8개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관련 일자리는 65만9,000개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장밋빛' 일자리 전망과는 달리, 환경 분야에서는 그린뉴딜에 걸맞는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BAU(현행 정책 이외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미래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0% 달성)을 원래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일본(18.5%)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낮은 재생에너지(한국 4.5%) 발전 비율이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좀 더 강화했어야 했는데 기존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며 "전기요금 정상화와 같은 정책 수단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0.1%인 1,229만톤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게 환경 관련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단체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ㆍ탄소 순배출이 0인 상태) 달성을 선언하는 등 정부가 시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소극적이다. "정부는 과감한 녹색 전환을 이루기 위해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점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한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 '넷제로를 지향한다'는 표현이 들어가기까지도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며 "환경부로서는 가능하다면 넷제로가 목표치로 설정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원론적 대답만 내놨다.

이지언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그린뉴딜이라고 하면서 녹색 일자리 창출만 강조할 뿐 '회색산업'에 치우쳐 있는 경제사회 구조의 체질 개선 방안은 담고 있지 않다"며 "내연차 판매 금지 유도, 석탄 발전에 대한 공적 기관의 투자나 대출 금지 등 정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회색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그린뉴딜 추진 과정에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내연차 등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과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주제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탈원전, 탈석탄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노동자와 지역사회는 쇠락하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신산업, 신성장 동력, 일자리 창출 등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가려서 이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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