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트럼프 유세 참석했던 현직 주지사 코로나 확진

입력
2020.07.16 07:46
오클라호마 주지사, 지난달 20일 '털사 유세' 참석
현직 주지사 첫 감염 사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 마스크 없이 참석했던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이후 현직 주지사가 감염된 첫 사례다.

1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스팃 주지사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전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조금 아픈 것 외에는 괜찮다"고 밝혔다. 스팃 주지사는 자택에서 격리에 들어갔고, 완치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다. 아내와 두 아들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스팃 주지사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진행한 대규모 대선 유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털사 유세와 코로나19 확진의 상관성에 대해 "너무 오래 전 일어난 행사라 그곳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선을 그었다.

CNN은 "스팃의 감염이 특히 주목받는 건 그가 주 내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느는 상황에서도 경제 재개를 강행했고, 보건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 회의 때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고, 주 전체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명령을 내리는 것도 거부해왔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던 지난 3월 초에는 사람이 꽉 들어찬 식당에서 두 아들과 식사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팃 주지사는 이날도 마스크 논란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한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상황만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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