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3월 12일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1,300만 명, 사망자는 57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1만 3천명 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의료진의 뜨거운 헌신과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 그리고 전 국민의 자발적 노력으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소방에서도 전국 15개 시도 구급대에 소방 동원령 1호 및 2호를 발령하고, 차량 3,621대, 인원 7,195명을 동원하여 환자 7,484명을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재난 상황 대처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 유행은 또 다른 측면에서 소방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내부 활동이 늘면서 주택화재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8년간(2012년도∼2019년) 우리나라 전체 화재를 분석해보면 34만 709건 중 주택화재(단독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화재)가 6만 2천634건으로 18%를 차지한다. 전체 화재 사망자 2,455명 중 1,159명(47%)이 주택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주택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3만 4천099건 54%, 전기적 요인이 1만 3천747건으로 21%로 나타났다.
주택화재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아 초기에 소화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주택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주택용 기초 소방시설 설치를 법제화해서 보급하고 있다. 설치의 수고와 비용도 적게 드는 주택용 기초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초기 화재 진압과 사망자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추진사항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77년에 설치를 의무화했다. 호주의 경우 이미 1990년 2월부터 모든 주거용 건물 소유주에게 적어도 각층에 1개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일본도 2006년 6월1일부터 신축 단독주택과 100 미만 복합주택에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프랑스 또한 2011년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무 제도 기준을 마련했다.
미국은 법제화 이후 주택용 화재경보기 보급률 95%를 달성하는 데 27년이 걸렸지만, 사망자 수는 제도 시행 시점보다 무려 47% 감소했다. 영국과 일본 또한 각각 54%, 17.5%의 사망자 감소율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2012년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축주택은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기존 주택의 경우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했다. 제도 정비 이후 주택화재 사망자는 2012년 160명에서 2019년 122명으로 8년간 38명 23%가 감소했다.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18년 49.34%에서 19년 56%로 6.6%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설치율은 낮은 상태다.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살펴보면 소화기는 가구별ㆍ층별 1개 이상 설치하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하면 된다. 아파트와 기숙사는 이미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제외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자체 내장형 배터리로 작동되며 연기 발생 시 경보음과 함께 음성 메시지로 화재 발생을 알려 조기 화재 인지와 인명 대피에 많은 도움을 준다. 소화기도 '한 대의 소방차'로 비유될 정도로 초기 화재 대응에 효과적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소화기는 2만원 안팎, 감지기는 1만원대로 대형마트나 인터넷 또는 인근 소방기구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해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대구소방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 팝업(Pop-up)지원센터(화재취약 및 주택밀집 지역 등에 일정 기일을 정해 집중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홍보 및 지원), 원스톱(ONE-STOP)지원센터(구매와 설치의 편의를 지원), 화재 없는 안전마을 만들기 등 각종 시책을 운영해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효과적인 보급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는 등 소방 등 정부의 노력과 주택에 거주하는 시민의 관심과 동참이 함께 이어져서,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전염병의 대유행이 아닌,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팬데믹으로 안전한 주거환경이 널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