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문장대온천 개발 또?

입력
2020.07.15 16:10
상주 지주조합 문장대온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신청
충북도ㆍ괴산군 등과 30년 지역갈등 재점화 조짐


2년 전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백지화했던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이 또 다시 추진돼 충북과 경북간 지역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충북도와 괴산군에 따르면 경북 상주의 '문장대 온천 관광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이하 지주조합)'이 지난 2일 대구지방환경청에 문장대 온천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 본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구환경청은 이 재협의 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이달 29일까지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충북도와 괴산군에 전달했다.

앞서 대구환경청은 2018년 6월 지주조합이 낸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 반려 근거는 문장대 온천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의 효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판단이었다.

문체부는 지주조합이 사업허가 취소 이후 2년 안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관광지 조성사업이 유효하다는 관광진흥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주조합은 2009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이 사업이 허가 취소된 뒤 2년간 재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대신 지주조합은 최근 법제처로부터 문체부 판단이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 대구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했다.

이번에 제출한 재협의 안은 2018년 제출한 평가서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조합은 상주시 화북면 운흥ㆍ중벌리 일대 95만㎡에 1,500억원을 들여 대규모 온천랜드, 호텔, 콘도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2년 전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온천 개발 논란이 종식된 것으로 봤던 충북도와 괴산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와 군은 14일 대구환경청으로 관계자들을 보내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본안 내용 파악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법제처 유권 해석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대구환경청에는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강력 요청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온천개발 예정지 하류지역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도영(괴산군 청천면번영회장) 문장대온천개발반대대책위원장은 "대법원 선고로 2차례나 허가가 취소되고 환경청이 환경평가서를 반려한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에 어이가 없다"며 "해묵은 지역갈등만 또 다시 부추기게 생겼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온천 개발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남한강 상류지역, 상수원 오염 피해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지자체, 시민단체와 연대해 반대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했다.

문장대 온천개발 갈등은 1987년 지주조합이 속리산 문장대 주변에 대규모 관광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하류 지역인 충북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수질 오염 우려를 들어 즉각 반발했다.

두 차례 법정 공방을 벌인끝에 2003년, 2009년 대법원이 충북의 손을 들어줘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주조합은 2015년과 2018년 사업 재개를 외치며 일부 사업을 변경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2018년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뒤 충북지역에서는 "사업 백지화로 30년을 끌어온 지역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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