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분열과 갈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외면하고, 정상화 성과만 부각하는 ‘외눈박이’ 언사가 대부분이다. 해외 유학생을 볼모로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다 후폭풍에 밀려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 역시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월 대선을 4개월 앞둔 조급함 탓에 합리적인 정책 고려 없이 백인 보수 지지층만 집중 공략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왜 이 나라에서 흑인이 여전히 법 집행기관의 손에 죽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백인도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말 끔찍한 질문이다. 백인의 사망 사례가 더 많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뒤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미 언론은 트럼프의 이런 인식을 계산된 ‘재선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차별 반대시위 부실 대응으로 재선 전망이 어두워지자 다시 인종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의 의도는 수치 왜곡에서 잘 드러난다. CBS는 일생 동안 흑인 남성 1,000명 중 1명은 경찰 손에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난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NYT도 2009~2012년 연방정부 조사 결과, 경찰의 폭력적 공권력 집행으로 사망한 숫자는 백인이 더 많았지만, 비율로 따지면 흑인 사망률이 2.8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백인이 더 많이 숨진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군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잇달아 퇴출된 남부연합기 사용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도 내비쳤다. 진행자가 ‘노예제 잔재인 이 깃발이 많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하느냐’고 묻자 그는 “남부연합기든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이든 표현의 자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보수성향 비주류 매체 ‘타운홀’ 인터뷰에선 BLM 시위대에 총을 겨눴던 백인 부부를 두둔하며 보다 노골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부부는 심하게 두들겨 맞거나 집이 약탈당하고 불타버렸을 수도 있었다”며 “합법적으로 소유한 총기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기소하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개학 및 대면 수업 압박 조치 역시 선거용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 미국이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정상화됐다는 상징으로 대학과 초ㆍ중ㆍ고 어린 학생들을 이용하려 한다는 힐난이다. 무리한 정책 강행은 끝내 철퇴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6일 100% 온라인 수강을 택한 유학생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날 돌연 철회했다. 방침 공개 이후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주요 대학들이 소송을 내고 17개 주(州) 법무장관이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불과 8일 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공화당과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거셌을 정도로 이 문제는 트럼프의 정책 편향성을 입증하는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물론 선거가 남아 있는 만큼 트럼프가 유학생 비자 문제에서 백기 투항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현재 미국에 없는 신규 입학생으로 대상을 축소해 논란의 이민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락가락 정책의 피해자는 결국 죄 없는 학생들이다. 신문은 “비자 발급 업무가 지연되면서 이미 많은 유학생들의 9월 학기 시작 전 입국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