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발병이 폭증하는 미주 대륙만큼은 아니지만 휴가철을 맞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예방 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히려 걱정은 아프리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감염병 사정권에서 살짝 비껴 있던 아프리카 대륙의 확진 환자가 무섭게 늘고 있다. 문제가 하나 잦아들면 다른 위협 요소가 새롭게 등장하는 형국이다.
영국 매체 텔래그래프는 14일(현지시간) “정부가 사무실이나 다른 사업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24일부터 시민들에게 상점ㆍ슈퍼마켓 이용 시 마스크를 반드시 쓰라고 주문했다. 당국은 휴가철이 지난 가을을 코로나19 재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매체는 “정부가 이미 주요 기업들과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긴밀한 대화를 나눈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은 최근 사흘 간 800명대에서 500명대로 일일 확진자 수가 줄었다. 하지만 방역 고삐는 한층 더 조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상점ㆍ슈퍼마켓, 사무실 등으로 착용 범위를 차근차근 확대하고 있다. 지침을 위반하면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제재 조치도 내놨다. 세계 10위권 수준인 누적 감염(29만명에) 수를 감안할 때 언제든 발병이 확산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선제적인 코로나19 대책으로 마스크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이르면 내달부터 모든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벨기에는 이미 11일부터 상점, 영화관, 박물관 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고, 위반할 경우 영국의 두 배에 달하는 250유로(약 3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럽의 마스크 정책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4~5월 코로나19가 대유행 할 때 섣불리 봉쇄를 풀었다가 감염 확산을 초래한 경험이 있어 휴가철 단속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유럽의 방역 모범국 독일 역시 빗장을 더욱 강하게 잠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일 정부는 이날 “휴가철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휴양지에는 여행 금지령을 내리는 선택지도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다.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새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 남아프리카 확진자 수는 29만명을 넘었고, 북아프리카(12만6,000여명) 서아프리카(9만8,000여명)의 감염도 급증하는 등 대륙 전체에 감염병 공포가 퍼졌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누적 환자가 28만7,000여명을 기록, 영국을 제치고 세계 9위로 올라섰다. 당초 우려했던 검사ㆍ진단 역량 부족 등 열악한 의료시스템으로 인한 ‘조용한 감염’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3일 “남아공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코로나19에 대처할 만한 자원 등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