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에게 한국e스포츠협회(협회) 후원을 강요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62)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뇌물 혐의는 징역 5년의 실형을, 기타 다른 혐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 유죄를 받은 혐의 중 대다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이 크게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5일 전 전 수석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0만원을, 협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는 징역 8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사회봉사명령과 2,500만원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원의 기프트 카드를 받고(뇌물), 여행경비 등으로 쓰기 위해 협회 자금을 빼돌렸으며(횡령), e스포츠 방송 업체로부터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1심처럼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1심을 깨고 무죄 판단했다. 비서 윤모(37)씨가 2015년 초 롯데홈쇼핑에 압력을 가해 협회에 후원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맞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전 전 수석이 이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홈쇼핑 측이 윤씨의 요구가 전 전 수석의 뜻과 같다고 '추측'해 3억원을 후원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17년 7월 정무수석 재직 당시 기재부 공무원에게 e스포츠 활성화에 20억원의 예산 반영을 검토해 달라고 한 것 또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e스포츠 활성화는 대통령의 공약이라 행정부 차원에서 예산 반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고, 기재부 공무원이 이를 강압적으로 느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뇌물을 적극적으로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고, 피해액을 협회에 공탁했으며, 협회의 위상 제고와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