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가정폭력 신고율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다수 국가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 증가가 감지되지만, 우리나라만 정반대 현상이 지속돼 관련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 국제기구들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 등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15일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코로나19와 가정폭력: 해외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 1~5월 전국 경찰청에 신고된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총 9만4,5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7,451건에 비해 3,000건 가까이 줄었다. 월별로는 △1월 1만9,576건(작년 대비 86건↓) △2월 1만7,617건(1,587건↓) △3월 1만8,822건(1,364↓) △4월 1만9,024건(188건↑) △5월 1만9,465건(388건↓)으로 4월을 제외하고 수십에서 1,000여건 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긴급전화 ’1336‘을 통한 가정폭력 상담실적은 7만5,634건으로 작년 8만5,065건에 비해 훨씬 더 줄어들었다. △1월 1만4,995건(1,503건↓) △2월 1만5,119건(327건↓) △3월 1만5,567건(916건↓) △4월 1만4,670건(4,245건↓) △5월 1만5,283건(2,440건↓)으로 매달 수천건씩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현상은 영국 등 해외사례와 현저히 비교된다. 영국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레퓨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이후 상담 전화는 25% 웹사이트 검색은 150%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남성 피해자 지원단체 리스펙트에 역시 남성 대상 가정폭력 상담건수가 봉쇄이후 16.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호주의 경우 서부지역이 전년대비 가정폭력 신고율이 5%증가했고, 중부지역이 코로나19 봉쇄이후 첫 한달간 가정폭력이 최대 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경우 4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가정폭력 상담건수가 47%증가하고,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한 가정폭력 지원 서비스 검색 수는 평소에 비해 700% 증가했지만 실제 경찰 신고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정 선임연구원은 ”여러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면적 봉쇄나 이동 제한 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점이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의 갈등요인이 상당히 증가하면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요인 발생하는 만큼 전국 가정폭력 피해상담소 조사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와 공동으로 이 발표문을 중심으로 ’제4차 코로나19 관련 여성·가족 분야별 릴레이 토론회‘를 16일 개최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내외 가정폭력 발생 현황과 상담, 신고체계를 살펴보고 향후 정책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