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끊임없는 지자체장 성추문… 뼈저린 반성 필요"

입력
2020.07.15 10:25
故 박원순 성추행 논란… "진상조사위 꾸리겠다"
서울·부산 재보궐에 "여성 후보 내는 방안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이은 성 추문 논란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에서도 대응이 부족했다"며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자체들의 성 추문 논란이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들의 어떤 용감함이나 절박함은 매우 크게 올라오고 있는데 그에 반해 대응은 굉장히 부족했다"며 "민주당 경우에도 국회의원 워크숍 때 이런 문제에 대한 강의나 토론 한마디도 없었다.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로 박 시장은 당시 권 의원 변호인 중 한 명이었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중퇴한 뒤 노동 운동을 하던 권 의원은 신분증을 위조해 위장 취업한 혐의로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적 모욕 등을 당했다. 권 의원은 "조영래 변호사가 메인이었고 박원순 변호사는 막내로서 많은 실무를 담당하고 몸소 뛰어다니며 도와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 때문에 권 의원은 "처음에 받은 충격은 국민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감당하기엔 제 삶의 경험, 박 변호사와의 인연이 작동을 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박 시장 성추행 피해 고발인 등장에 대해 "피해자의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인, 가능하면 여성가족부나 국가인권위원회, 여성 인권 관련 전문가가 다 같이 참여해 냉정하고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진상조사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수사권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하고 경찰이 지금 2차 피해 조사를 하고 있고 서울시에 저희가 조사 촉구를 한 상태"라며 다만 "당 차원의 대응은 아직 합의된 얘기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는 것을 두고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었으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ㆍ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후보를 낼지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목소리가 갈리는 상황이다.

이에 권 의원은 "지도자에 여성이 많이 올라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습관·고정관념과 자기 위력에 대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이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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