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왕정옥)는 15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 남편에 대한 살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당시 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ㆍ사체손괴ㆍ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또 지난해 11월 7일 전 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인 A(당시 5)군의 등 뒤로 올라타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것으로 봤다.
이날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 “중대한 생명 침해, 잔인한 범행방법, 피해자 유족의 고통 등을 고려해 원심과 동일하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되, 범죄행위에 제공된 차량 등 물건에 대한 몰수형을 추가적으로 부가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의붓아들 살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의붓아들 A군의 사망원인에 대해 피해자가 사망 전 감기약을 복용했고,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왜소한 점, 친부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평소 잠버릇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씨가 A군에게 살해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범행방법 중 수면제 성분을 탄 차를 A군의 친부에게 마시게 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으로 들어온 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1시간 내내 단 한차례도 방청석에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담담한 모습으로 재판장의 판결문을 들었다. 고씨는 재판장이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법정을 나섰다. 방청석에는 숨진 전 남편의 가족들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고, A군의 친부는 재판장이 의붓아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이어지자 재판 중간에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계획적 범죄로 인정한 반면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전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을,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고씨 측도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